불편한 꼰대의 하루
학원 쉬는 시간. 학생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들고 왔다. 오답을 설명해주자, 16살 예쁜 여학생에게서 튀어나온 한마디.
"선생님, 존나 똑똑해요."
순간, 들고 있던 볼펜으로 툭, 그녀의 머리를 쳤다.
"품위 없이, 말을 그 따위로 하니!"
내 말끝과 눈빛은 날카로웠다.
며칠 전 새로 들어온 남학생 하나.
수업 시간 내내 의자에 퍼져 앉아 쉴 틈 없이 팔다리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만취한 술주정뱅이를 연상케 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녀석의 아버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자세 똑바로 해. 넌 나이 오십 먹은 더러운 아저씨 같다. 그 무식한 건달 같은 자세 국어시간엔 안 돼. 허리 펴고, 반듯이 앉아!!!!"
험악한 얼굴로 고성을 질렀다. 비수가 제대로 날아가 꽂혔는지 녀석의 자세는 곧바로 달라졌다. 그렇지만 내 마음엔 불편한 무언가가 남았다.
아이들은 분명, 선을 넘었다. 어른 앞이라는 사실 이전에, 사람 앞에서 갖춰야할 태도를 상실한 녀석들.
그 아이들은 아직 예절을 배우지 못했던 걸까.
"존나 똑똑해요."라는 말은 감탄도, 칭찬도 아니다. 그런 말은 상대가 아니라 결국 자신의 인격을 베는,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칼이다.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타인의 시야 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몸짓과 자세. 자기 몸도 자기 언어라는 것을 모른 채, 자기 삶을 아무렇게나 눕혀버린 모습.
아이들의 무례함을 정면에서 마주한 날, 나는 어른으로서 그들의 잘못을 꾸짖고 가르쳤어야 마땅하다.
나는 정색했고, 혼냈다. 그런데,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찌그러졌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날이 서 있었다. 그건 어쩌면, 아이들을 품고 사랑할 어른으로서의 여유와 인품이 내게 결여돼 있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훌륭하지 못했고, 그건 분명 역량 부족이었다.
무례함을 지적받지 않고 자란 아이는, 사랑받는 법도, 조심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다.
가끔, 기본적인 지혜조차 발휘하지 못한 채 '자식 사랑'에만 극성인 부모들을 본다.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화려한 교육이 아니라, 기초 소양이다.
유난히 예민한 내가 레이더를 한 번 돌려보기로 작정하면, 그 얘기꺼리만으로 몇 날 며칠 날을 새워야 할 정도다. 어쩔 수 없다. 난 선천적으로 꼰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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