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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 또 다른 나

by 구른다


대전


서울로 올라오는 길, 오늘이 연재날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방구석에 있는 수첩 안에 지난 여행에 대한 정보가 다 적혀 있다. 수첩이 없으면 기억으로만 글을 써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만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그래도 글은 써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노트북을 켰다.

나는 달리는 고속 열차 안에서 이 글을 썼다.



대전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등에는 가방을 메고 있고 양손에는 보냉백 혹은 갈색 봉투를 들고 있다. 그렇다. 빵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그 빵집.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같은 공간 같은 모습,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만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빵집은 대전을 떠나지 않았다. 대전에만 있는 빵들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고 느껴졌다. 하나의 지역문화유산 같았다. 심지어 가격은 퀄리티에 비해 저렴하다. SNS에 퍼진 일반 프랜차이즈 빵집과 비교해 놓은 사진을 보면 이곳 빵의 훌륭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가격, 품질 등)


나도 대전에 들른 김에 빵을 샀다. 한 손에는 빵을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었다. 열차 안에 몸을 싣고 빵 냄새를 향기로 삼아 책을 읽었다. 몸은 기차 안에 있지만 마치 여유로운 프랑스의 빵집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대전에 가면 신기한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그 장면의 일원이 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 가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것 들이다. 가봐야 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지.


빵이라는 물건을 샀지만 나는 프랑스를 느꼈다. 누군가는 그 빵을 통해 연인 간의 설렘을 느낄 수도, 누군가는 가족 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여행이 주는 매력은 개인을 발견하는 것에 있다. 그곳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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