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구분
결혼 전 동거, if 조건을 달기도 전에 모든 걸 당연하다는 듯이 같이 하고 있는 것. 우리에게 ‘~면' 이라는 건 어울리지 않는, 그런 자연스러운 사이가 있다. 너무나 은밀한 것들, 나도 몰랐던 모든 걸 바로 알게 되고, 밥 먹고 데이트하는 이런 뻔한 사랑 말고,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랑 하나로 미친 듯이 몰입하는 마음들.
나는 너에게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날 찾을 거야? 넌 이 기억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라는 질문을 자주 했었다. 넌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말라며 다그쳤었지. 근데 나는 10년 전의 너만 생각해도, 그때 너의 여자친구를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나고 질투가 나서 못 참을 정도로 너한테 생떼를 부리는 그런 미친 사랑을 했었다. 그래서 너의 전 여자친구 흔적을 보고 몇 시간 동안 울면서 죽을 것 같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넌 아니었다. 미친 사랑은 쌍방이어야 미친 짓이 아닌데, 나만 미쳐 있었으니. 나는 잘못된 사람이 맞는 것 같다.
미친 사랑이란 미친 사람들의, 정말 하나만 보는 순수하면서도 불결한 사랑. 하지만 그게 한쪽만의 감정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닌, 그냥 미친 짓이다. 그래, 난 미친 짓을 했었다. 그러니까 네가 느꼈을 두려움이 이해가 되지.
우리의 시간은 이렇게만 정의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미친 사람, 넌 정상인. 그 둘이 어떻게 사랑을 해. 그냥 잠시 지나간 '짓'일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