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의 낭만이 가득한 곳

도심 속 여유가 흐르는 청계천

by 별방구

고층 빌딩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 곳

종로는 걷다 보면 더 하염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편안함이 있다. 종로 구석구석의 골목들과 매력적인 동네들은 참 많지만, 그중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광화문 청계천 거리다.


초록이 짙어지고, 해는 따가워진 5월의 끝자락

여름이 완전히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의 날씨다. 무더운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과 덥고 습한 공기로 인해 걷기가 머뭇거려지곤 한다. 그런 여름에도 걷다 보면 기분이 절로 선선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청계천이다.


높은 빌딩 건물들 사이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청계천을 걸을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덕분에 다른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걸을 때보다 한결 더위가 덜하다. 체감하는 온도뿐만 아니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오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한여름밤의 낭만과 노을

청계천의 매력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밤이면 더욱 무르익는다. 해가 살짝 지기 시작한 어슴푸레한 초저녁의 청계천은 묘하게 아릿하고 몽글하다. 하얗고 뭉게뭉게 한 구름과 드넓은 하늘 사이로 지는 노을. 높은 빌딩 사이로 펼쳐진 해 질 녘의 풍경은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게 만든다.


어쩐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걷다가 청계천 거리를 거닐다 보면 전에 하지 못한 말들까지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잠시 청계천 계단에 앉아 서로의 눈보단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얘기하는 그 순간이 주는 편안함 덕분일까.

소리 없이 마음을 토닥여주는 곳

이따금씩 생각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홀로 걷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청계천 거리를 걷다 보면 나 홀로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내게 오는 위안은 어떤 말이나 형태가 있진 않지만, 그저 이 일상의 풍경 속에서 오는 작은 다독임 같이 나를 감싸준다. 그렇게 걷다 보면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던 머릿속의 복잡한 것들은 어느샌가 다 흩어져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떠오르는 생각들. 뒤엉킨 생각들은 흩어졌다가 서서히 모여든 덕분인지 조금은 덜 무겁고, 덜 아프다.


마음의 작은 토닥임이 필요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걷고 싶은 날. 그저 여름의 초록을 한껏 눈에 담고 싶은 날. 그런 날 나는 청계천을 걷곤 한다.


선선한 바람과 가볍게 찰랑이는 잎사귀들. 초록들 사이로 비친 햇살. 걸어가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평온함이 되어 주는 곳.


청계천을 걷고, 느끼기 좋은 초여름을 맞이하는 5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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