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부르는 방법에 대하여
아무리 즐거운 하루를 보내도 홀로 침대에 누우면 괜스레 마음 한쪽이 울적해진다. 인생에 손꼽히게 찾아오는 거대한 우울보다 내 일상에 늘 함께하는 작은 우울이 찾아오는 시간이랄까. 그럴 땐 갑자기 마음이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늘 자기 전, 하루동안 나눈 대화 혹은 만남 속에서 나의 실수는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루틴인 것이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하루의 좋았던 기억보다 후회스러운 순간이 더 크게 나를 지배하게 된다. 그런 감정들이 속속들이 나를 덮쳐오면 곧장 쏟아지던 졸음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어쩐지 몸은 푹 꺼질 듯 피로한데, 정신은 더욱 선명해지는 괴로움이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럴 때 꺼보는 나만의 비밀묘책
머릿속 생각의 거미줄을 멈추고 불면의 밤을 숙면의 밤으로 만드는 나만의 몇 가지 요령이 있다. 20여 년의 밤 동안 홀로 시행과 착오를 통해 터득한 방법이다.
혹여 나처럼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혹은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일기장에 적어두었던 비밀묘책을 공개해보려고 한다.
불안의 밤, 잠이 들기 위한 나만의 8가지 방법
1. 책을 읽는다.
이땐 꼭 흥미로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집중력이 흩어져 버린다. 그러다 보면 책을 보던 눈은 어느 순간 머릿속 생각의 더미로 다시 빠져들어 더 깊은 고민과 불안의 늪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2. 일기를 쓴다.
생각보다 일기장을 펼치고, 펜을 쥐는 게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평온해진다. 하루동안의 일을 생각의 더미 속에서 홀로 고뇌하기보단 일단 손으로 쓰고 나면 알 수 없는 해소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3. 스트레칭을 한다.
잠시 바닥에 앉아 차분히 스트레칭을 해준다. 이때 기호에 따라 클래식이나 명상 음악을 틀어놔도 좋다. 격렬한 음악은 달밤에 갑작스레 흥을 올려 춤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주의하자. 몸의 근육들을 차근히 풀어주면 한결 몸이 가볍고, 마음도 차분해질 것이다.
4.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아주 뜨끈한 물로 몸을 데워주고 나면 몸이 절로 노곤해진다. 일어나서 씻고, 머리카락까지 말려줘야 하는 귀찮음은 있지만, 효과는 확실히 직빵이다. 다음날 씻지 않아도 된다는 미래지향적 장점까지 탑재하고 있다.
5.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미뤄둔 할 일을 떠올리다 보면 생각만 해도 절로 하기 싫어져 눈이 질끈 감긴다. 그걸 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절로 노곤해지고, 빨리 잠들고파 진다. 몸이 찌릿할 만큼 하기 싫은 과제나 업무를 생각할수록 더욱 효과적이다.
6.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아껴뒀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영화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드라마는 최소 8~12화를 몰아봐야 해서 하룻밤에서 다음날 밤까지도 망칠 수 있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는 2시간이면 끝이 나기 때문에 잠시 화면 속 세상에 빠져들어 사고를 멈춰주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다.
7. 유튜브를 시청한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덜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순간 쾌락감은 훨씬 높다. 좋아하는 유튜버 혹은 채널의 영상을 시청하면 고민과 잡념은 잠시 사그라들고, 웃음과 재미가 날 지배한다. 그러다 보면 해가 뜰지도 모르지만 별 수 있나. 우울했던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떠나가고, 곧 하루가 시작된다는 초조함이 더 커져있을 테니, 불안은 느낄 새가 없을 것이다.
8. 야식을 먹는다.
이건 정말 해도 해도 안될 때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이때 필요조건은 배가 출출 혹은 고픈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야식을 먹고 나면 습격하는 혈당 스파이크의 영향으로 말똥 하던 눈도 스르르 풀리고, 몸도 마음도 몽롱해진다. 그러다 보면 절로 잠이 들기 마련이다. 대신 다음 날에 찾아오는 찐빵 같은 붓기와 더부룩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절대 술은 곁들여 마시면 안 된다. 술은 오히려 밤잠을 더욱 설치게 하고, 심지어 나는 술을 마시면 잠이 오히려 더 안오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술을 마셔서 잠을 푹 잤다고 해도 그로 인해 다음날 찾아오는 피로감은 더욱 크기 때문에 이건 잠재적으로 위험성이 너무 크다.
이외의 숙면 유도를 위해 일상적으로 구비해 둘 아이템 몇 가지를 추가로 소개해보겠다.
1. 편안한 잠옷
사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옷은 다 다르다. 보통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그 기준은 태생이 잠옷이냐 아니냐의 차이에 있다. 예전부터 입던 옷이 점점 해지고 목이 늘어나 의도치 않게 잠옷으로 전락한 옷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잠옷의 경우 익숙한 데서 오는 편안함과 애착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매우 보드라운 소재로 최초의 탄생부터 수면을 위해 만들어진 위아래 맞춤 잠옷이 편한 사람도 있다. 나에게 어떠한 쪼임이나 불편함도 주지 않는, 몸을 축 늘어지게 만드는 잠옷을 찾아 나서는 것 또한 숙면을 위한 노력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2. 두껍고 무게감이 있으며, 보드라운 이불
이런 조건을 갖춘 이불은 잠자리에 뉘인 몸을 적당히 눌러주며, 포근한 기분을 안겨준다. 그럼으로써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잠을 유도해 준다. (체질에 따라 더위를 많이 타면 얇고 가벼운 이불로 선택해야 한다는 옵션이 있다..!)
3. 따끈한 찜질팩
몇 년 전, 친구가 선물해 준 온열 물팩을 통해 이 뜨끈함이 주는 안락함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이 물팩이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자기 전에 늘 챙겨서 안고 자는 편이다. 뜨끈한 물팩을 아랫배 위에 올려두면 몸이 차분해지면서 하루동안 날 지배하던 긴장감이 서서히 풀어진다.
4. 침대 옆에 립밤과 핸드크림
몸이 건조하면 잠이 오다가도 순간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잠들기 전, 침대에 앉아 립밤과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것도 숙면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때 향이 너무 세거나 촉감이 과하게 찐득하면 이 감각이 잠을 깨치기 때문에 미리미리 달콤하고 평온한 향과 촉감의 제품을 구비해두어야 한다.
5. 물을 마시지 않기
자기 전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 꽤나 많다. 그러나 잠들기 전 액체류를 많이 섭취할 경우 자꾸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 화장실에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오려던 잠도 다 달아나버려 짜증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비움의 미학을 떠올리며, 잠들기 최소 한 시간에서 30분 전에는 꼭 액체 섭취를 지양하자.
이것은 아침 운동을 해도, 밤 운동을 해도, 커피를 마시지 않아 보아도, 심지어는 밤을 새보아도 잠이 오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 불면인의 이야기다. 내게 가장 가장 부러운 이들은 바로 머리를 베개에 붙이기만 하면 곧장 잠에 든다는, 잠 걱정이 없는 사람이다. 걱정 없이 잠을 푹 한번 자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간절하게 들지만, 이상하게도 침대 위에 들어가면 제 발 저린 고양이처럼 달아나버리는 졸음이다.
비록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언정 이 달밤에 잠들지 못하는 또 다른 불면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조금은 덜 외로운 밤을 보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