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고즈넉함이 가득한 곳
20년이라는 세월 사이로 세상은 많은 것들이 변하고, 또 많은 것이 새로 생겨났다. 빠르게 변하고, 사라지는 시간 사이로 여전히 옛 시절의 공기를 머금은 곳이 있다.
바로 ’종로‘다.
종로구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에는 여전히 10년 전, 20년 전, 심지어는 100년, 2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저 골목을 걷다 보면 보이는 과거의 기록이 거리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 바로 종로의 매력이다. 누군가 변하고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도심 속 고즈넉함이 가득한 곳을 묻는다면 단연코 이곳을 소개할 수 있을 만큼.
그러나 늘상 이 도시의 풍경과 정취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격주 토요일로 등교를 하던 초딩 시절엔 날이 좋으면 도시락을 싸서 반 친구들과 덕수궁에 가서 궁궐 산책 후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나눠먹곤 하였다.
아침 등굣길에 매일 보던 경복궁과 식후 산책 코스인 창경궁 돌담길, 문제집을 사러 가기 위해 걸었던 광화문 광장의 거리는 내게 그저 익숙한 동네 풍경이었을 뿐이었다.
걷고, 걷고, 또 걷기를 좋아하는 엄마를 따라 매일 종로 곳곳을 산책하다 보니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자연스레 내가 친구들을 이끌고 종로 곳곳을 누비게 되었다.
종종 저녁에 몸이 찌뿌둥해서 산책이 좀 하고 싶을 땐 혜화에서 종로 5가까지 걸어서 광장시장에 들러 애정하는 단골집의 우뭇가사리와 만둣국 한 그릇을 먹고, 다시 종로 5가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걷곤 하는 게 나의 소울 푸드이자 산책 코스였다.
그렇게 걷다 보면 며칠간 쌓였던 이야기들도 남김없이 털어놓게 되면서 마음에 알 수 없게 쌓였던 응어리와 몸속에 찌뿌둥하게 엉켜있던 뻐근함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점차 이 도시가 주는 행복이 이미 내 삶에 흠뻑 젖어들었으며, 내 속에 깃들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종로 토박이의 여정이 내가 선택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행운의 삶이 진짜 ‘행운’이라고 느끼게 된 순간부터 나는 이곳의 여유와 정취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의 심장 ‘종로’에 살아가며, 느끼는 도심의 순환과 고즈넉함의 여유. 이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 속 여행은 늘 새롭고 즐겁다.
그렇다, 나는 자랑스러운 20년 지기 종로 토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