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가 되기까지의 여정
마음의 크기가 아닌 형태의 변화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한 나만의 작은 책방을 꾸리고부터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책을 만나고, 느끼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내가 어릴 적부터 ‘책’이라면 당연하게 떠오르게 되는 동네 책방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나의 안식처와도 같았던 ‘동양서림’이다. 집 근처 동네책방에 들러 책을 사며 기쁨을 누리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 책방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책방지기가 되기 전에는 틈틈이 지나가며 집 앞 동양서림에 들러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오늘 내 맘에는 또 어떤 책이 들어올지에 대한 설렘에 휩싸였다. 그리고 늘 고민과 갈등 끝에 “오늘은 3권으로 타협하자”라고 마음을 달래며, 책을 품에 안은 채 돌아오곤 하였다.
마음에 폭풍이 몰아치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은 순간이 왔다. 여느 날처럼 동양서림에 들러 책을 보는데, 그날따라 품에 안고 가고픈 책이 너무 많았다. 나는 계속 책을 3권씩 또 어떤 날은 5권씩도 사갔는데, 이 갈증은 자꾸만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깊어만 갔다. 읽고 또 읽어도 읽고 싶은 작가와 책은 오히려 점점 더 많아져서 마치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허기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우리 집 책장에 더 이상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앞뒤에 이중으로 꽂다 못해 눕혀서 쌓아도 보다가 이제는 무리다 싶어 안 그래도 더 크고 높은 책장을 마련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꾸만 쌓여가는 책이 집을 삼켜버리지는 않을까, 그럼 버려야 하는데, 난 버릴 수가 없는데.. 하는 그런 걱정과 고민도 들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무한대로 책을 쌓아갈 수는 없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정말 나도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가득 꽂아두고 찬찬히 읽어나갈 수 있는, 종이 향기 가득한 그런 책방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견딜 수 없게 밀려들어와 버렸다. 중고등학생 때의 책방 주인은 막연히 꾸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다면, 이제는 이 꿈을 이루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내 인생의 진정한 바람으로 눌러앉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라.
하지만 이 정도는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품는 바람일 것이다. 언젠가 나도 책방 주인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애서가를 찾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를 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책방 주인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도 되느냐 말이다. 하지만 그랬다. 아니 그렇게 되었다.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내고야 만 것이다. 하지만 내 책방을 차리는 꿈이 이렇게나 빨리 이뤄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엔 이렇게 적은 책을 가지고도 책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점차 내가 좋아하는 도서들을 모아서 나만의 큐레이션으로 채운 작은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자 설레는 마음이 더 커져갔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간 소식을 빠르게 듣고, 빠르게 입고시켜 읽는 그 재미는 정말 엄청났다. 종종 우리 책방의 큐레이션을 보고, 자신의 취향에 꼭 맞닿는 곳이라며 좋아하는 손님이 오실 때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기
좋아하는 걸 잘하게 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몰라도,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나의 마음이 마음껏 헤엄칠 수 있게 드넓은 바다로 가주기만 하면 된다. 그 바다를 만나기까지는 여정을 떠날 용기와 설사 길을 조금 헤매더라도 끝까지 견뎌낼 끈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한 일인데,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내겐 오직 바다의 시원한 공기와 드넓은 수평선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은 함께할 수 있었다.
난 아직도 책을 향한 마음을 향해 계속 헤엄치고 있다. 종종 높은 파도가 와서 나를 뒤로 밀어내기도, 나를 아득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멈춰야 하나, 다시 돌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한다. 그러나 이미 출발했다. 여기서 돌아갈 순 없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러나 내 마음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기에 나는 이 바다를 꽤 오래도록, 생각보다 더 오래도록 헤엄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다. 그 끝엔 또 새로운 바다가 펼쳐질 수 있기를, 늘 바라며 오늘도 난 헤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