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손님에 대하여

화가 할아버지와의 만남

by 별방구

만남과 머묾이 있는 별방구

작은 책방에 앉아있으면 예기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오시는 즐거움이 있다. 오늘은 그 수많은 추억의 나날들 속에서 지난겨울부터 별방구를 꾸준히 찾아주신 특별한 손님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별방구가 계동길에 머물던 시절

바람의 서늘함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알리는 듯한 11월의 어느 날. 아직은 완연한 겨울이 오기 전이라 평소처럼 별방구는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한적한 오후, 멋진 모자를 쓰신 할아버지께서 조심스레 들어오시더니 별방구 곳곳의 책들을 조용히 살피셨다. 그리곤 지금 막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책을 사러 갔다가 판매를 중단해 사지 못했다며 혹시 여기에는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때가 바로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신 역사적인 바로 그 시기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저기 계동길 아래에서 북촌 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신다는 말씀과 함께, 지나가다 우연히 책방을 발견해서 들어와 봤다고 덧붙이셨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다가 화가 할아버지께서는 ‘채식주의자‘ 한 권을 사가시고, 그날 이후 오며 가며 별방구에 들러주셨다.


책방에 없는 책, 혹은 절판돼서 더는 구매할 수 없는 책들도 주문이 가능한지 물어보실 때면 직접 절판된 책을 수소문해, 읽으실 수 있도록 찾아드렸다. 종종 구하기 어려운 책들도 있었지만, 일부러 별방구를 찾아주신 발걸음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 신경 써서 책을 구해드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의 발걸음이 쌓이고, 인연이 되어 별방구의 소중한 손님이 되어주셨다.


조용히 찾아주는 마음의 온기

할아버지께서는 주문해 주신 책을 늘 별다른 말씀 없이 품에 안고 가셨다. 조용히 한 권을 다 읽으시면, 그다음 책을 사기 위해 또 찾아와 주시는 분이었다. 때로는 전화로 책 제목을 말씀해 주시기도, 또 문자로 연락을 주시기도 하며 묵묵히 서점을 아껴주셨다.


그렇기에 별방구가 계동길을 떠난다고 말씀드리기 가장 조심스럽고, 머뭇거려졌던 손님이기도 했다. 곧 계동길을 떠나 을지로로 이사를 간다고 전해드리자, “그럼 이제 이 길에 서점이 사라지는 건가”라고 하시며, 아쉬워서 어쩌냐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져 마음에 깊이 새겨진 날이었다.


서점이 여는 마지막 날에도 여느 때와 같이 주문해 주신 책을 찾으러 와주셨다. 그래서 조심스레 용기 내 사진을 한 장 찍어드려도 될지 여쭤보니 흔쾌히 좋다고 하시며, 그럼 함께 찍자고 하셨다. 계동길에서 느꼈던 많은 추억과 온기 사이로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을 카메라 속에 담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타이머를 맞추던 순간의 포착

어느덧 계동길에 스며든 시간

2년이라는 시간 사이로 자연스레 누군가의 삶에 일상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말없이 덤덤하게 그저 와주시는 그 걸음이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더 소중한 온기였다는걸 몸소 느꼈던 시간이 되었다. 때론 어떤 위로나 격려의 말보다 곁에 머물러 주는 게 더 큰 힘이 된다고 하는데, 그걸 직접 느끼니 더 감사했다. 화가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마음에 작은 울림을 일게 만들고, 그 울림은 또다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울림으로 전할 수 있는 어떤 힘을 내게 만들어주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기에

지금은 계동길을 떠나 을지로에 머물며 새로운 손님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는 계동길을 떠날 때 느꼈던 아쉬움보다는 을지로에서 느끼는 새로운 설렘과 만남이 이곳을 채워주고 있다. 매일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 만남 속에서 전해지는 마음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채워주는 것 같다. 그러다 이곳, 별방구에 넘치게 온기가 채워질 때면 이 뜨거운 이야기를 누군가 아직 추위를 견디고 있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다.


늘 그렇듯 소소한 이야기와 감사한 일상이 모여 특별함이 되어주는 이 마음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별방구입니다.

홀연히 계동길을 내려가시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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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