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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경제학② - 체중계에 속지 않는 법

운동이 노동으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by 도진
“아빠, 나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는 거야?
매일 운동하는데 체중계는 꿈쩍도 안 해.
오히려 숫자에만 신경 쓰다 보니까
운동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그냥 또 다른 의무처럼 느껴져.”

네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내뱉은 그 말, 기억나.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을 고르지 못했지. 왜냐면 네 말속에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매일 숫자 앞에서 너가 가지는 마음이 담겨 있었거든. 사실 체중계는 그저 쇳덩이 위에 올려놓은 숫자판일 뿐인데, 어느 순간 네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주인이 돼버린 거야. 숫자가 줄면 웃고, 그대로면 시무룩해지고, 늘어나면 화가 나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체중이 준다고 몸이 곧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야. 아름다움은 살의 양에서 결정되지 않아. 그것은 네가 걸을 때의 가벼움, 바른 자세에서 드러나는 당당함, 힘든 순간을 끝까지 버티는 끈기, 그리고 땀방울 뒤에 맑게 빛나는 표정에서 피어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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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노동, 닮은 듯 다른 길


네가 말했듯 운동이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둘 다 몸을 쓰는 일이니 헷갈리기 쉽지. 하지만 본질은 달라. 노동은 대부분 외부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하는 거야. 회사에서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것, 식당에서 쉴 새 없이 서빙하는 것처럼 말이지.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시간과 강도를 따라야 하고, 회복은 뒷전이 돼.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몸은 닳고, 마음도 지쳐버리지.

운동은 달라. 그것은 너 자신을 위해 하는 거야. 건강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고, 자기 자신과 약속을 지켜내는 행위지. 네가 리듬을 정하고, 강도를 조율하고, 멈출 때도 선택할 수 있어. 노동은 대개 피로와 압박을 남기지만, 운동은 성취와 활력을 남기지. 같은 움직임이어도 ‘누구를 위해’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이걸 두고 “신체활동의 역설”이라고 불러. 여가로서의 운동은 수명을 늘리고 건강을 키우지만, 직업적 노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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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의 숫자, 때로는 함정


그럼 네 운동은 왜 노동처럼 느껴졌을까? 답은 간단해. 운동의 목적이 ‘건강’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오직 체중계의 숫자 줄이기로만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게 참 위험해. 왜냐면 체중이 줄었다고 해도 줄어든 게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라면, 오히려 몸은 더 약해지고 요요는 빨리 찾아오거든.

근육은 단순히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몸의 기초 체력이자 대사 공장이야. 지방을 태우고, 혈당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쓰는 데 핵심 역할을 하지. 근육이 줄면 몸은 게으른 공장처럼 변해, 지방을 더 쉽게 쌓아두고 피곤도 잘 오고, 다이어트는 더 힘들어져.

같은 1kg이라도 지방은 부피가 크고 흐물흐물하지만, 근육은 단단하고 작아. 그래서 체중계 숫자가 줄었는데도 거울 속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진짜 변화는 근육이 늘고 지방이 줄어드는 데서 오는 거야.

경제로 치자면 체중은 매출액 같은 거야. 매출이 커 보여도 순이익이 없다면 회사는 위태롭잖아? 근육은 순이익이자 현금흐름이고, 지방은 불필요한 비용에 가까워. 매출만 보고 “우리 회사 잘 나간다”라고 착각하는 건 위험하듯, 체중계 숫자만 보고 “나 지금 예뻐지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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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노동으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운동이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해. 내가 네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야.

첫째, 자기 목적을 분명히 하라. 남이 정한 이상적 몸무게가 아니라, 네가 원하는 삶을 위한 체력과 활력을 목표로 삼는 거야.

둘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라. 땀 흘리는 순간의 상쾌함, 호흡이 빨라질 때의 생생함, 운동 후 찾아오는 개운함을 즐기면 돼.

셋째, 몸의 언어에 귀 기울이라. 피곤할 땐 쉬고, 힘이 넘치면 더 도전해. 네 몸은 언제나 가장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거든.

넷째, 다른 지표를 기록하라. 체중 대신 체력의 변화를 적어보는 거야. 예를 들어 “3km 뛰던 내가 이제는 5km를 완주했다”, “예전보다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났다” 같은 것들. 그게 네 몸의 진짜 장부야.

이렇게 보면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는 수단이 아니라, 네 삶을 빛나게 만드는 일종의 장기 투자야. 체중계만 바라보는 다이어트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같아서 오래 못 가. 하지만 근육과 체력을 쌓는 운동은 매년 배당을 주는 투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주지.



숫자 너머의 아름다움


딸아, 체중계의 숫자는 단지 순간의 시세야. 하루 오르내리는 주가처럼 변덕스럽지. 하지만 네 몸의 진짜 가치는 단기간의 체중 변화로 알 수 없어. 아름다움은 네 안에서 자라는 힘에서 시작된다.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 계단을 오를 때의 가벼움, 거울 앞에서 느껴지는 탄탄함, 운동을 끝내고 웃을 수 있는 여유. 이런 것들이 네가 가진 진짜 자산이야. 숫자에만 흔들리지 말고, 그 자산을 키워라.

몸은 노동으로 벌고, 운동으로 지키지. 그리고 아름다움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단다. 살아 있다는 증거, 네 안에서 자라나는 힘, 그리고 네 눈빛 속의 빛이 바로 그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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