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새록새록
오늘은 신랑회사에서 가족 행사가 있어
아주 오랜만에 온 가족이 강남에 왔어요.
10년 전 신랑과 연애하며
자주 오던 곳을 4인가족이 되어 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강남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릅니다.
여기에선 뭔가 느긋한 발걸음이 어색한 장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여전히
멋지고 예쁜 강남의 신여성, 남성들
한 때 부산촌년이 이상과 로망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했어요.
오늘 6살 딸과 신랑과 함께 강남대로를 걸으며
옛날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를 낳고서 나는 안정적인 생활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모의 본능이겠지요?
예전엔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가야지! 를
외치며, 서울살이에 강한 욕망(?)을 가졌다면
이제는 그냥 가족이 평온하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가는 삶도 행복하고 만족하다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은 걸까요(사실 40대는 나이 든
축에도 끼지 않지만 말이죠:)
서울에 살면 주위에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더 자극받아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사람이 많으니 탈도 많은 서울생활이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두 팔 벌려 환영은 못해줄 것 같은 마음이죠.
내가 해보았고. 고생하며 살아봤기에
우리 자식들은 고생을 사서 하지 않길 바라는 맘이죠.
그렇지만 아이들이 20대가 되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고 한다면
또 말리지 못할 부모의 운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길 하면
저희 신랑은 또또또 걱정을 앞서한다고
구시렁거리지요^^
노파심.
부모가 되고 가장 발달하는 감정 1순위가 노파심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
예전의 기억들과 미래의 상상들을 넘나들며
신랑과 회상에 잠기기도, 상상에 빠지기도 한 날이네요.
아메리칸드림이 아닌
서울드림을 안고 상경한 부산 촌년이
고군분투하며 보낸 서울에서 10년을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상처도 애정도 가득했던 장소에서
묘한 감정에 빠져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어요.
10년이 지나도 서울의 강남은
여전히 멋지게 반짝이고 있지만
이젠 반짝이는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외로움과 애처로움을 조금은 눈치챌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신기했답니다.
타지에서 상경한 모든 서울사람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