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건, 나였습니다

10편 – 편지로 두드리는 마음의 문

by 윤서

집 안에 불이 꺼지고, 창문 너머 창백한 겨울바람이 스쳤다.

흔들리는 마음과 불안한 몸으로 입대한 아들을 떠올리며, 나는 또다시 걱정으로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을까.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무너지지는 않을까.

이미 겪었던 실패와 좌절의 불안이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SOS가 울린 밤


오랜만에 걸려온 아들의 전화.


“나 괜찮아, 엄마. 그런데… 친구들한테 편지 좀 받아보고 싶어요.

집에 있는 폰 비밀번호 알려줄게.”


간절한 부탁 속엔 버티고 싶은 마음, 그러나 혼자가 될까 두려운 마음이 함께 숨어 있었습니다.

나는 곧장 전화를 끊고, 주소를 적어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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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앞에서


해군 생활은 종이 편지로만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아들아, 무섭다며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혼자라 느껴진다고 털어놔 줘서 고마워. 그 용기가 엄마에겐 자랑스러워.

보잘것없다고? 아니야. 두려움 속에서도 ‘해보겠다’는 네가 엄마에겐 가장 빛나는 사람이야.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네 곁엔 엄마가 있단다.”


며칠 뒤 도착한 답장은 떨림으로 가득했습니다.


“엄마, 너무 힘들어요. 다이빙 훈련이 무서워서…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아요. 그래도 해볼게요.”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손끝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문을 닫은 건 아들의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의 아픔을 끝내 감당할 용기가 없었던 내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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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 열린 문


시간이 흐르자 아들의 편지에도 온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동기 한 명이 말을 걸어줬어요. 훈련도 조금씩 적응되는 것 같아요.

엄마 편지가 정말 큰 힘이 돼요. 이번엔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넘어질 때마다 답장했고, 힘들다는 말이 올 때마다 “괜찮다, 천천히 가도 돼”라고 적어 보냈습니다.

매일 밤, 나는 다시 편지지를 꺼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오늘도 네 앞에 문을 두드린다. 문을 닫은 건 나였지만, 널 향해 열고 기다릴 사람도 엄마라는 걸 꼭 기억하렴.”


기다림으로 핀 민들레


계절이 바뀌고,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나는 그 눈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무기력한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불안했지만, 그 안에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었습니다.


“엄마, 편지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문을 닫았던 것도, 다시 연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계절이 바뀌고, 그 흐름 속에 세상이 바뀌듯이

제자리에만 머무는 삶은 없습니다.


혹시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 앞에서 두드리기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매일 두드리는 작은 손길이 언젠가 닫힌 마음을 열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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