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빚을 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 어르신들은 종종 그렇게 시작하셨다.
부모와 형제, 배우자, 그리고 아이와의 인연은 전생에서 베푼 은혜와 지은 죄가 이어진 것이라며.
혹시 그중에, 유독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을까.
아이를 낳기 전, 나는 그런 상상을 했다.
“이런 아이들이라면 열 명이라도 거뜬히 키울 수 있겠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 비슷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아이 때문에 지쳐 쓰러질 듯 힘들어할 때,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다른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아이의 엄마’라는 낙인만이 내 이름 앞에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 겉모습 뒤에는, 아이가 안겨준 우울과 고통을 꾹꾹 눌러 담은 세월이 있었다.
지금의 에너지로 서 있기까지, 나는 수없이 흔들렸고 무너졌다.
엄마가 그러셨다.
“노란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잘 안 난다.”
외할머니도 쉰다섯이 넘어서야 흰머리가 조금씩 보였다고.
그런데 나는 훨씬 젊은 나이에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어갔다.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
참아온 스트레스가 혈관을 타고, 세포를 흔들고, 머리칼의 색을 앗아간 것이리라.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백조는, 우아함의 대명사다.
그러나 그 발밑에서는 끊임없는 발길질이 이어진다.
나는 그 백조와 너무 닮았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물 아래에서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 아이들이 전생에서 나와 옷깃을 스친 정도의 인연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베풀었던 무언가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나를 찾아온 건 아닐까 하고.
그렇다면 이 고단함도, 언젠가는 빛으로 바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