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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징볼의 블루,
시공간의 경계를 넘다.

이윤설의 '오늘의 잇컬러'

by 이윤설



미래 도시를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컬러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도 회색빛의 삭막한 도시보다는,
시원하고 차가운 푸른빛이 도는 도시를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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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에 따른 첨단과학도시의 이미지 변화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회색은 쓸쓸한 폐허와 쇠락을, 블루는 비전과 첨단과학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을 이야기할 때 ‘청사진(靑寫眞)을 그린다’고 말합니다.
청사진, 즉 블루 프린트(blue print)는 빛을 받은 부분이 청색으로 변하고, 선은 흰색으로 남는 감광인화 방식입니다. 주로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와 도면에 쓰이면서 점차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왜 굳이 블루일까?

푸른빛은 차갑지만 동시에 넓고 깊은 세계로 우리를 이끕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수평선 너머의 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우주의 심연까지 블루는 언제나 닿을 수 없는 세계와 이어져 있는 듯한 색입니다.





블루는 차원이 없다. 그것은 차원을 초월한다.
- 이브 클라인 -



제프쿤스(Jeff Koons)의 <게이징 볼 Gazing Ball> 시리즈





블루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컬러입니다.


현존하는 현대미술작가 중 고가에 작품이 거래되며, 키치미술의 1인자 제프쿤스(Jeff Koons)의 <게이징 볼 Gazing Ball> 시리즈를 보면, 푸른 공이 하얀 석고상 위에 놓여 있다. 단순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푸른 공은, 마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듯합니다.

제프쿤스는 이 '블루 공'을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objects trying to communicate with the viewers)"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게이징 볼 앞에 서면, 관객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과 주변의 세계를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푸르고 오묘한 색으로 둥글게 빛나는 공은, 시간의 흐름을 넘어 서로를 마주 보게 하는 창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오묘한 푸른색은 제프쿤스가 말하듯 과거와 현재를 잇고,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통로가 됩니다.



(좌) 인터스텔라 영화장면 (우) 스타워즈 영화장면



공상과학 SF 영화 속에서도 블루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블랙홀을 지나 다른 차원의 세계로 도약할 때, 또 스타워즈에서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항해할 때, 그들이 통과하는 공간은 어김없이 푸른빛으로 휘감겨 있습니다. 그 푸른빛은 시간과 공간의 틈새를 열어주는 색으로 다가옵니다.


저의 미래도 푸른빛처럼 한없이 깊고 넓게 펼쳐지기를 바래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푸른빛으로 내일을 그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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