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설의 '오늘의 잇컬러'
이런 날 있잖아요.
유난히 지치고, 마음이 무너지는 날.
누군가의 어떤 한마디에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오른 날.
그래도 잘하고 있어요.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건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바로 인정의 욕구(Need for Recognition)입니다.
저에게 노란색은 그 마음입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괜찮아요, 당신 잘하고 있어요.
노란색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색입니다.
‘노란색(Yellow)’이라는 단어는 고대 영어 geolu에서 유래했습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유럽어족(Proto-Indo-European) 어근 ghel-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뜻은 ‘빛나다, 드러나다(to shine)’입니다.
즉, 노란색은 태생적으로 “빛을 받고 싶은 존재”의 언어였습니다.
심리학자 에바 힐러(Eva Heller)는 『색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노란색은 기쁨과 인정,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의 색이다.
노란색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인정의 욕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Narcissus)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한 님프 에코(Echo)의 마음까지 차갑게 거절했고, 상처받은 에코는 슬픔 속에 점점 사라져 결국 목소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메아리’를 뜻하는 에코(Echo)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여신 네메시스(Nemesis)는 나르키소스의 오만함에 분노해 벌을 내렸습니다.
“너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존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 저주로 인해 나르키소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쓰러진 자리에는 그의 이름을 딴 노란 수선화(Daffodil)가 피어났습니다.
수선화의 노란빛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외로움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상징합니다.
노란색은 심리학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장 순수하게 드러내는 색으로 해석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대체로 밝고 따뜻한 색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노란색은 아이들의 정서에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란색은 눈에 잘 띠는 색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 색에 끌리고, 이 색을 통해 타인의 시선과 반응을 쉽게 경험합니다.
노란색은 “나를 봐주세요”라는 마음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색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어린 시절의 칭찬과 인정이 자존감을 키우는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잘했어”라는 한마디 속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배웁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노란색은 단순히 밝은 색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담긴 색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습니다.
어릴 때는 '선생님, 저요!'의 외침으로,
지금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집니다.
노란색은 예술 작품 속에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됩니다.
노란색을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인정을 갈망했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던 그는 부모의 기대와 다른 길을 걸었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고흐에게 노란색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 마음의 빛이었습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고 싶다.
고흐의 작품 속 노란빛은 세상과 자신을 향한 조용한 외침이었습니다.
그의 노란색은 '나를 봐주세요'라는 마음의 언어이자, 삶이 어두워도 끝까지 빛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쳐 있다면,
마음속의 노란색을 떠올려 보세요.
그 색은 누군가의 위로를 기다리는 마음이자,
스스로를 안아주는 따뜻한 빛입니다.
노란색은 단순히 밝은 색이 아닙니다.
외로움 속에서도
'괜찮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그 말을 대신 전해주는 색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나를 봐주세요'라며 조용히 빛나는
작은 노란 등이 하나쯤 켜져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