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샤토 데쥬

솔렌을 찾아서

by 마봉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은 장편 소설입니다.

◆ 캐릭터 소개

◆ 처음 오신 분은 1화부터 읽어 주세요.


파렌베르크의 지붕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길은 점차 고요한 농촌으로 접어들었다. 가을이 저물어가는 들판에는 황금빛 수확의 흔적과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교차했다.


작은 언덕들 사이로 굽어 돌던 길 끝에 넓은 계곡이 보였다. 그리고 계곡 건너편의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회색의 석조 건물이 나타났다.


레이는 창밖으로 마치 성채와도 같이 높이 솟은 샤토 데쥬를 바라보았다. 높은 담과 둥근 탑, 단단한 석벽과 창이 적은 외관은 템푸스 아르카의 창조신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템푸스 아르카처럼 아찔하게 솟은 높은 기둥이나 차가운 미소를 띤 석상들은 없었다. 이곳의 창조신 석상들은 훨씬 상냥하고 인간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레이는 템푸스 아르카의 대현인이 “그들은 인간을 사랑하지도 믿지도 않는다.”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곳은 아마도 창조신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나절이면 간다더니 왜 이렇게 멀어…”


맞은편에 앉은 세라비가 중얼거렸다. 마차 안에는 세라비와 레이밖에 없었다. 플로르 왕자는 같이 오지 않았다. 감정은 좀 정리되긴 했지만 아직은 게로스나 세라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괴물이 나타나도 기록하겠다고 따라오던 레이첵조차 웬일로 할 일이 있다며 따라오지 않았다.


“뭐 잘 됐잖아요? 어차피 왕자님도 별관에 아무도 없으면 심심하실 테니까요.” 새벽에 정원에서 플로르와 주고받았던 대화를 떠올리며 레이가 말했다.


레이는 오늘따라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창밖에만 시선을 던지고 있는 데다 레이첵도 같이 오지 않는 바람에 세라비는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하긴 말할 사람이 있다 해도 레이한테 너무 충격적인 말을 들은 지라 세라비도 사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세라비는 마차가 들판 옆길을 달리는 내내 멍하니 앉아 레이가 말한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세라비는 생각했다.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예를 들면 내가 나룻배 모는 것에 관심이 많고 레이첵이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게로스 폐하는 아는 것도 많으실 테니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실 거야. 그러니 나도 그중 하나일 수 있지. 칼베르의 숲 속에 사는 여러 가지 생물들처럼, 과자를 좋아하거나 담을 잘 넘는 사람을 생태학적으로 연구하고 싶으실 수도 있다.’


세라비는 자신이 제법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런 걸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솔렌이나 찾아서 빨리 임무를 끝내고 집에나 가자.’


그들이 탄 마차 앞을 달리고 있는 다른 마차 안에는 게로스와 코린이 타고 있었다. 두 마차는 샤토 데쥬의 신전 앞에 멈췄다. 안개는 마치 신전을 외부로부터 감추려는 듯이 짙게 끼어 있었다. 여기로 오는 도중에는 날씨가 맑았고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안개 때문인지 신전은 어두컴컴했다.


창조신의 사제들과 전날 도착한 파렌베르크 대신전의 사제들, 그리고 왕궁 마법 회당의 세 마법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쪽 마차에서 게로스와 코린이 내리자 파렌베르크 대신전의 상급 여사제인 도미니크 아르노가 앞에 나와 맞이했다. 게로스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지독한 안개네요. 여기만 밤인 것 같습니다.”


“이곳은 일 년 중 반 이상은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답니다. 창조신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요.” 창조신의 사제가 말했다. 템푸스 아르카의 창조신 신전의 사제들처럼 그도 성별 구분이 없는 옷을 입고 머리에는 깊숙이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다. 목소리조차도 중성적이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창조신의 사제는 파렌베르크에서 오신 귀하신 분들을 신전 안쪽으로 안내했다. 솔렌은 신전 맨 안쪽의 창문이 없는 작은 방 한가운데에 있는 돌로 된 작은 기둥 위에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얹혀 있었다.


그 방에는 솔렌이 얹힌 기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창문이 없는 대신 높은 천장 꼭대기에 작은 채광창이 나 있어 그곳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솔렌이 얹힌 돌기둥 위에는 검은 석판이 붙어 있었고 글자가 쓰여 있었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건가요?” 레이가 물었다.


창조신전의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글자가 작아서 여기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되지 않나요?” 세라비가 물었다.


사제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 갈 수 없도록 장막이 쳐져 있습니다. 창조신의 물건이라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막아둔 것 같습니다.”


“보호 마법인 것 같은데, 아무도 걷어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없나요?” 레이가 물었다.


“저희도 옛 문헌을 좀 찾아보았습니다.” 도미니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외국인 마법사가 먼저 나서서 뭔가 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다. 심지어 국왕폐하 앞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이런 종류의 보호 마법은 약 12가지가 있습니다. 여기 파렌베르크 마법 회당에서 오신 마법사들께서 하나씩 시도해 보실 겁니다.”


“당신은 대마법사 라마야나님의 제자이십니까?” 창조신전의 사제가 레이에게 물었다. 레이가 들고 있는 화려한 지팡이를 알아본 것이었다. 레이가 그렇다고 하자 사제는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것은 라마야나의 지팡이를 향한 것이지 레이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도미니크도 유명한 대마법사 라마야나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다. ‘아직 젊어 보이는데 벌써 대마법사의 지팡이를 물려받았나 보네. 하지만 스승이 위대하다고 해서 제자까지 위대하라는 법은 없지.’


세라비는 “장벽이요?”하고는 솔렌이 있는 방으로 무심코 들어가려고 했다. 솔렌이 있는 방은 문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세라비는 방 앞에서 탄성이 있는 무언가에 부딪혀 튕기듯 뒤로 밀려났다.


“으앗! 이게 뭐죠?”


“그게 바로 보호 장벽입니다. 세게 부딪히면 넘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창조신전의 사제가 말했다.


파렌베르크의 세 마법사들은 서로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게로스는 그 모습을 보고 세라비와 레이를 불렀다.


“세르비카 대사님, 브리엘 부대사님, 위험하니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파렌베르크의 사제들과 마법사들은 두 외국인이 외교관인 것을 깨닫고 갑자기 정중해졌다. 도미니크는 파렌베르크의 마법사들에게 빨리 보호마법을 해제하라고 했다. 마법사들은 파렌베르크의 마법 회당에서 가지고 온 책을 펼쳤다.


파렌베르크에서 온 세 마법사는 레이보다 나이가 많았고 모두 상급 마법사였다. 그들이 가진 지팡이는 레이의 것보다는 훨씬 투박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마법사의 지팡이였다. 그들은 솔렌이 있는 방 앞에 서서 고대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레이는 게로스와 세라비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투명한 장벽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시전함에 따라 미세하게 일렁이기도 했다가 희미하게 광채를 띠기도 했다. 마법사들은 장벽에 변화가 있자 희망을 가지고 아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장벽은 이런저런 광채와 형상 변화 끝에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왔다. 더 이상 일렁이지도 않고 광채도 나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난처한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도미니크는 당황했다.


“혹시 파괴마법을 장벽 전체에 고르게 걸어 보면 어떨까요?” 레이가 말했다.


“파괴마법은 힘을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것이지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세 마법사 중 파괴 마법 전공인 한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투로 말했다. “적어도 칼베르에서는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에스볼타’와 ‘바카르’를 두세 군데 걸어놓고 나머지 면적에는 ‘볼렌’으로 우회시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레이의 말에 마법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몇 가지를 섞는 거지 대체?’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실험은 실험실에서 해야지 여기서 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도미니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신전 안에서 쉬고 계시면 이쪽은 저희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도미니크는 뒤에서 왕과 정보국장과 마법사 출신인 외국 대사까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이렇게 말했다. 게로스는 알겠다고 하고 코린과 세라비와 레이를 데리고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셋 중 파괴 마법사가 아까 레이의 말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장벽을 향해 다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레이는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주문은 끝나 있었다.


“폐하!” 코린이 외쳤다. 솔렌이 있던 방을 둘러싸고 있던 장벽이 기분 나쁜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크게 일렁였다. 그러면서 신전의 벽과 찬장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벽의 일렁임은 더 커져서 마치 투명한 큰 파도처럼 사람들을 향해 몰아쳐 왔다. 마법사들과 사제들은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나 그들과 조금 떨어져서 서 있던 세라비는 장벽을 피하지 못하고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빨려 들어갔다.


게로스는 저도 모르게 세라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코린과 레이는 동시에 손을 뻗어 게로스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휩쓸려가 버리고 없었다. 코린은 “폐하!”하고 다시 소리쳤으나 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신전은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굉음과 함께 기둥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돔처럼 생긴 천장이 수천 조각으로 부서지며, 벽과 천장이 차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모두 신전 밖으로 도망쳤다. 레이는 무너지는 기둥 사이를 뚫고 솔렌의 방 쪽으로 달려가려는 코린을 잡아끌고 지팡이를 높이 들어 방어막을 펼치며 마지막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샤토 데쥬의 창조신전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신전이 있던 자리에는 매캐한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돌무더기만이 남았다. 솔렌이 있던 방만 온전히 벽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방은 신전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도 하나도 상한 곳이 없었다.


코린은 게로스가 이 아래 어딘가에 묻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잔해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무너진 벽과 천장의 잔해들은 너무 커서 손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파렌베르크의 파괴 마법사는 자신이 신전을 무너뜨렸다고 생각하고 흐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폐하가 안 보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브리엘 부대사님!” 코린이 절망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그도 왜 자신이 브리엘 부대사에게 도와달라고 외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잔해부터 치웁시다.” 레이가 말했다.


코린은 게로스의 호위병들을 불러 그중 한 사람은 가장 가까운 마을로 보내 지원을 요청하게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파렌베르크로 보냈다. 나머지 사람들은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당신도 움직여요!” 레이는 바닥에 쓰러져 죽여 달라며 울부짖고 있던 파괴 마법사에게 말했다. 도미니크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레이는 무너진 신전의 잔해 위로 올라가 솔렌의 방으로 가까이 가 보았다. 창조신전의 사제가 “잔해가 무너집니다! 위험하니 내려오십시오!”하고 외쳤다.


레이는 솔렌을 향해 손을 내밀어 보고는 투명한 장벽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았다. 성채처럼 크고 튼튼하던 신전이 모두 무너져 내렸는데도 투명한 장벽과 솔렌의 방 벽은 무사하다니. 뭘 이렇게 세게 걸어놨을까?


잔해 위에서 솔렌을 내려다보던 레이는 돌기둥 위에 얹힌 석판의 글씨를 보고 멈칫했다. 방 앞에서는 석판이 잘 안 보였지만, 지금은 신전의 잔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글씨가 보였던 것이다. 뭐라고 쓰여있는지 여전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위아래로 날카롭게 뻗은 글씨는 분명히 라마야나 스승님의 필체였다.


‘이 장벽을 걸어놓은 것이 그럼 스승님이란 말인가?’ 레이는 멍하니 석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레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마?’하고는 그랑쿠르와 템푸스 아르카에서 집 문을 열 때 쓰던 보안 마법 주문을 외워 보았다. 주문을 다 외우는 데까지는 한참 걸렸으므로, 도미니크와 창조신전의 사제와 코린과 파렌베르크의 마법사들도 모두 레이가 솔렌의 방을 향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소음과 함께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걷혀 나가는 것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레이는 잔해에서 솔렌의 방으로 뛰어내려 돌기둥 위에 있던 솔렌을 집어 들었다.


코린과 도미니크도 잔해 더미 위를 가까스로 기어올라 솔렌의 방으로 왔다.


“방금 어떻게 하신 겁니까? 장벽을 어떻게 걷어내신 거죠?” 코린이 물었다.


“그 장벽은 라마야나 님이 걸어 놓으셨던 거였나 봅니다. 라마야나님의 보안 주문으로 풀렸습니다.”


도미니크는 울컥해서 외쳤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하시지 왜 안 하신 겁니까? 당신이 괜히 파괴 마법 얘기를 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레이는 도미니크를 싸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코린은 브리엘 부대사의 처음 보는 무서운 표정을 보고 왠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탓 할 시간이 있으면 벽돌이라도 하나 더 옮기시죠.” 레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목격자인데도 제 탓을 하십니까? 이 사태의 책임자는 당신입니다.”


도미니크는 뭐라고 더 항의하려고 했지만 레이가 손을 들어 막았다. 레이는 로브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뤼넬이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펜던트 받침 모양으로 생긴 솔렌 위에 뤼넬을 얹고 딸깍 소리가 나도록 눌러 끼워 보았다.


“그건 창조신의 물건입니다! 대사님께서 마음대로 하시면…!” 창조신전의 사제가 외쳤다.


사제가 잔해 위에 뛰어올라 허둥지둥 달려왔다. 레이는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솔렌과 뤼넬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히 템푸스 아르카의 창조신 신전에서 플로르 왕자가 뤼넬을 꺼냈을 때는 뤼넬에서 빛이 났었다. 여기도 창조신 신전인데 왜 아무 일도 없는 것일까? 무너져서? 템푸스 아르카가 아니어서?


돌기둥 위에 있는 석판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라마야나의 글씨로 『이것을 쓰게 될 일이 없기를』이라고 고대 알티스어로 쓰여 있었다. 레이는 입술을 깨물고 솔렌과 뤼넬을 품 속에 넣었다.


도미니크는 눈을 내리깔고 서 있었다. 레이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신전을 다 부숴 먹었으니, 이젠 이게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아내세요. 문헌이든 고대 비석이든 다 뒤져서.”

어둠의 석실에서 푸른 마력의 파도가 일렁이고, 세라비가 삼켜지기 직전 뒤에서 게로스가 손을 뻗는다. ⓒ Mabon / AI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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