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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림 Jun 30. 2020

일본 전통의 맛, 오오야마 모츠나베

오오야마 모츠나베 하카타역점



 1월에 걸맞게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다. 제법 겨울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게 해 준 날씨 덕인지 뜨끈하고 얼큰한 찌개가 땡겼지만, 금세 이곳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찌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나라에 찌개가 있다면, 일본에는 전골이 있다. 비록 시원하고 매콤한 김치찌개는 즐길 수 없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또 다른 매력의 겨울철 음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일본 국내에서 모츠나베로 유명한 집, 오오야마 모츠나베를 찾았다.

 다행히 전국에 지점을 꽤 많이 내놓은 유명세 있는 식당이어서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다. 학원으로부터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허기진 배를 채워줄 식당이 있다는 건, 지금 생각해봐도 역시 행운이었다. 일본의 찌개(?)는 어떠려나~ 라며 들뜬 마음으로 얼른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들었다. 무얼 시켜야 한국인 유학생 주제에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전국적으로 모츠나베가 유명한, 오오야마 모츠나베


 ‘1인용 모츠나베’ 라는 특색의 메뉴. 보통 생각하는 ‘여러 명이서 즐겁게 모여먹는 전골’ 이 아닌, ‘혼자 부담 없이 느긋하게 즐기는 전골’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나 싶다. 가장 보통의 상식을 깨려고 하다니, 이젠 아예 보통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양배추와 부추, 파, 두부, 된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 대창(모츠)을 함께 넣은 후 육수를 부어 보글보글 끓이는 모츠나베. “이제 드셔도 됩니다” 라는 점원의 말에 즉각 반응해 국자로 국물을 한번 떠먹어 봤다. 으음, 약불에 달궈진 진한 국물이 내 입안을 감싼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입맛에 살짝 짰다. 뭐, 그래도 이것이 일본의 오리지널한 맛이라면 받아들이지. 


 먹다 보니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탱글탱글한 두부가 육수를 가득 머금고선 냄비 속을 떠돈다. 뜨거워 혀를 델지 모르니 항상 조심. 양배추도 놓칠 수 없다. 뜨끈한 육수 속 노곤노곤해진 양배추는 내가 여지껏 먹었던 그 어떤 양배추보다도 실하고 부드러웠다.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그 식감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모츠나베의 주인공인 모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점 내 비치된 유자 폰즈를 찍어먹는 것을 추천. 고소하고 말랑말랑한 모츠가 유자향의 간장소스와 만났을 때의 최강 조합, 정말 잊히지 않는 법이다. 이것이 한국의 찌개에는 없는 특별한 맛이랄까.


 부끄럽게도 먹고 나니까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지점은 어떨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이곳은 1인용 메뉴가 전문인 듯했다. 가게 내부만 봐도 그러했다. 1열로 놓인 테이블에, 맞은편의 사람과 눈이 맞지 않도록 세워진 가림판. 이걸로 보아 회사원의 왕래가 잦은 곳일 거라는 추측이 섰다. 그래야 바쁜 회사원들이 편히 들어와 식사를 후딱 끝마치고 나갈 수 있으니. 


 일본에 오기 전, 모츠나베에 관해선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모츠나베를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었으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본 지 너무 오래되어 그 맛이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식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것이 일본 전통의 맛..! 예상보다 된장의 맛이 강했고, 예상보다 양배추가 엄청 달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짰다. 이것이 일본 전통의 모츠나베 맛인걸까? 아쉽게도 아직 나의 혀는 일본 전통음식에 최적화되진 않았나 보다. 몇 차례 더 먹어봐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으려나. 하하, 언제든지 상대해주지.


홈페이지. https://www.motu-ooyama.com/shop/hakataichibangai/?utm_source=MEO

전화. +81924094286

주소. 일본 〒812-0012 Fukuoka, Hakata Ward, Hakataekichuogai, 1−1 JR博多シティB1F

영업시간. 오전 11:00~오후9:00




* 저는 음식, 맛집 블로거가 아니며 매장 혹은 점주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받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일본에 단기 어학연수차 2달간 후쿠오카에 체류하면서 나름 최고의 식당을 찾아 떠난 극히 개인적인 체험담을 일기 삼아 브런치에 차곡차곡 담아보려 합니다. 이 곳에 올려진 그림은 제가 직접 그리거나 촬영하여 편집한 사진으로써 저의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퍼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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