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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 대하여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7월

05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서점원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점의 모습은 언제나 차분하고 아름답다. 보통 누군가 책을 고르고 있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해 그 자리에 서서 읽는 모습이라면 더더욱.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나 혼자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카운터에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주로 휴일인 월요일) 한주 동안 수집한 손님들의 모습을 뿌듯한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초상권이었다.

물론 얼굴 정면은 나오지 않고 책을 읽는 옆모습이나 뒷모습이었으나 그 대상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 나는 심각하게 초상권을 존중하지 않은 셈이었다(더불어 그 대상이 사진 업로드 자체를 기분 나빠한다면 더더욱). 대상에게 허락받지 않은 사진은 불법 촬영물이 되기 마련이다.


무지한 서점원은 그 사실을 한 통의 디엠을 받은 후 다급히 깨닫게 된다.

대학생인 그 손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삭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의도는 명확하게. 사실 나에게 화를 낸다든지, 꾸중을 한다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분은 뭔가 내 스스로 잘못된 점을 인지하게끔 문장을 써 보냈다. 화를 내지 않고 정중하게 상대의 잘못을 말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휴대폰 화면을 마주하고 있었으나 그분의 얼굴을 마주한 것 마냥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


빠르게 서점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점검했다. 허락받지 않은 사진, 얼굴 옆모습이 나온 사진 등 그동안 올린 게시물을 정리했다.

부끄러움을 느꼈으나 배움도 얻었다. 상대방이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도록 말하는 방법.

그래도 더 이상 부끄럽고 싶진 않다.

정신 차리자, 서점원.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반성과 배움이 공존하는 삶 속에서




서점원의 문장과 책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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