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소중한 생명
줍줍이라는 용어는 게임에서 주로 써진다. 예시를 들자면 플레이어가 어떤 몬스터를 물리치면 아이템이 나오는데 그걸 주울 때 줍줍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걸 어디서 봤냐고? 그것은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대중교통 중에서 지하철을 자주 애용한다. 버스도 좋긴 하지만 차끼리 사고 나서 막히거나 도로 공사를 앞쪽에서 하면 예상보다 훨씬 이동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을 다니다 보면 너무 쓰레기가 많다. 나는 그걸 보면 주워서 근처 쓰레기통에 버린다. 사람들은 역 안에 쓰레기 통이 있다는 걸 알 텐데 왜 그리 버리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러면 그걸 줍줍 해서 쓰레기 통에 버린다. 물론 역을 관리하시는 환경미화원 분이 있지만 그분들이 있다고 쓰레기를 막 버리는 거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내가 발견해서 본 쓰레기를 버린다고 세상이 달라지냐고? 아니다.
안 달라진다. 변하는 거는 없다. 그저 그 역에 휴지, 영수증, 광고 전단지가 하나 정도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맞다. 나 혼자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한 명이 하나의 쓰레기를 줍줍 하고, 또 다른 한 명이 하나의 쓰레기를 줍줍 하고, 또 다른 한 명이, 또 다른 한 명이, 또 다른 한 명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나 혼자만 한다고 달라져?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솔직히 그리 쓰레기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건 하나로 나는 달라졌다. 그 사건이 뭐냐고? 물으시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난 로이 난 로사 난..........
포켓몬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 장난은 여기까지~ 아무튼 그 사건은 내가 훈련 레슨비를 벌기 위해 단기로 곱창 집 알바를 한 날이었다
그곳에는 사장님이 주방을 보고 홀 서빙이 나와 어떤 형 한 명이 있었다.
나에게 기본적인 주문받는 것과 메뉴에 대한 구성을 설명해 주었다. 난 단기로 한 알바였기에 엄청 구체적인 것보다는 그냥 간단한 것만 알려주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크게 바쁘지는 않아서 순탄하였다. 이제는 마감 청소를 하라고 나에게 빗자루를 주었다. 나는 홀이 그리 크지 않아서 금방 할 줄 알았는데 구석구석하니 꽤 걸렸다. 나는 빗자루 쓸다가 이쁘게 접은 한 쪽지를 발견하였다. 이거는 누가 봐도 쓰레기가 아니라 꼭 누가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린 듯하다. 난 주워서 쪽지를 풀어서 보았다. 읽어보니 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내용은 유언장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읽지 않았지만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던 성인이 된 딸이 쓴 것이었다. 내가 놀라서 쪽지를 붙잡고 서 있자 그 모습을 본 알바 형은 나에게 다가왔다. " 아니 원준아 뭐 해? "라고 하였고 나는 말없이 그 쪽지를 보여주었다. 그 형도 놀랐지만 그 쪽지를 다른 곳에 놓고는 " 이런 일에 휘말리면 힘들어져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마무리하고 가자 "라고 하였다. 나는 일단은 알겠다고 하며 그 종이를 그 형 안 보이는 곳으로 다시 옮겨놨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그 종이를 잽싸게 내 바지 주머니에 넣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막상 들고 나왔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 돼서 다시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의 아버지 번호를 써놓았다. 그래서 일단은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중년 목소리로 " 여보세요? "라고 받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네 그.... OOO 아버지이신가요? "라고 말했다.
그 아버지 분은 " 네 맞아요 무슨 일이시죠? "라고 물었다. 나도 모르게 나의 목소리가 떨렸던 걸 기억한다.
" 그 여기 곱창집에서 제가 따님 유언장을 주었어요 "
" 네??? 제 딸이요??? "
" 네..."
그 아버지 분의 처음에 듣던 차분한 목소리는 다급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 아니 경찰에 신고했어요??? "
" 아직이요 저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일단 여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드린 거예요 "
" 그럼 신고 좀 해주세요 얼른 저도 찾아볼게요 "라고 말하시고 나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을 하였다.
경찰분은 유언장이 필요하니 내가 있는 장소로 오겠다고 하였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기다리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벌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그분의 걱정에 안절부절못하였다. 나는 순간 나의 은사님 ( 목사님 )께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늦어 주무실까 봐 실례인지 알지만 그만큼 다급했다. 목사님이 받으셨다. 목사님은 오히려 이 시간에 전화를 준걸 의아하게 생각하시면서 뭔 일이 있는 건지 먼저 물으셨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목사님은 들으시더니
" 원준아 너의 마음은 알지만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야 기도하렴 나도 기도하마 "라고 말하시고 나는 감사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니 경찰차가 보였다. 나는 인사를 한 뒤에 유언장을 건넸다. 그리고 그분의 아버지와 통화가 가능하냐고 물으셔서 나는 가능하다고 하며 바로 내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분의 아버지는 받자마자 " 찾았나요? "가 첫마디였다. 나는 " 아직은요..."라고 숙연하게 대답하였다. 옆에 있던 경찰 분은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해서 내 폰을 드렸다. 경찰 분은 메모지를 들고 잠시 경찰차 쪽으로 가셨다. 그 아버지 분과 경찰분이 대화가 길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손을 모아서 기도하였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OOO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아직 그는 청년이고 그를 사랑하는 가족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주님께 기도하는 것 밖에 없어요. 제발 도와주시고 그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세요 "
난 진심을 다해 기도를 하고 난 뒤에 초조하게 기다렸다. 경찰분은 전화가 거의 끝나서 전화를 돌려주었다. 전화를 다시 받자마자 그 아버지 분은 울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하였다. 나는 아니라고 하며 기도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경찰분들이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여 주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 그분을 무사히 찾게 된다면 저에게 문자하나만 해주실 수 있나요? "라고 말하였다. 경찰분들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내 번호를 받아서 경찰차를 타고 가셨다. 그렇게 난 집으로 들어가서 씻고 잘 준비를 분주하게 마치고 침대에 앉아서 다시 한번 기도를 하였다.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슬픈지 알기에 나는 더욱 간절하게 기도하였다. 그때 나는 자기 전에 폰을 확인해 보니 2개의 문자가 와 있었다.
무사하게 살아있어 너무 다행이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기도를 이러실 때는 잘 들어주신다. 그리고 그분을 위한 기도를 했다. 그때 무슨 사연이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분과 그분의 아버지가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가끔씩 그 일이 생각나면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현재 이 글을 쓰며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 생각이 든다. 그 알바에서 만난 형 말대로 내가 무시했다면 정말로 되돌리지 못할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생각말이다. 그렇다고 난 그 형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봐서는 다른 사람 일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힘들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때 집을 1시간 정도를 늦게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면 1시간이든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몇 달이든 상관없다. 누군가는 내 말이 미련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미련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또 아는가?
보이는 겉은 쓰레기일지라도
그 속 안에는 자신을 도와달라는 메시지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