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경험.
내가 모아둔 진실의 항아리에서 오래전 격렬했던 한때의 나를 꺼내본다.
25살 무렵, 그날 나는 우연히 나와 마주쳤다.
새벽까지 도서관에 있었다.
오늘이 지났는데도 오늘 할당량의 공부가 남은 사람처럼, 그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육체를 벗어난 내가 도서관 천장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어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군.’ 몇 초간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곧추세웠다. '이게 무슨 일이야!'
꿈은 아니었다.
이상함에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가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왜 이러는지 믿기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아예 두리번거리며 도서관 천장을 다시 바라보기도 했었다.
곧바로 책을 싸서 집으로 돌아 나왔다.
별일 없었던 것처럼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안에 나를 부르는 일은 습관처럼 돼 있어서인지 그 순간까지 나는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나,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 거니?
내 목소리를 들어본다.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중간에도 '말하는 나' 말고, 그 말 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는 나'를 또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 또는 심지어 무생물 존재에게도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는 어느샌가 나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 있었다.
누가 보면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하려나?
믿기 어려운 그 경험은 그저 꿈만 같았다.
그런 일에 대해서 상상해 본 적도 없었고, tv 속 초현실 체험담 같은 것이라 여겨왔었다.
나의 착각이라고 넘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나를 잠시 뒤흔들었던 그 일을 뒤로한 채, 새벽 공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눈앞에 캄캄한 밤하늘은 짙은 남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까맣지도 않았다.
그런 하늘색이 나를 환기시켰고, 상쾌하게 만들었다.
곧장 조금 전의 기이한 경험은 잊혔다.
나에겐 그런 일들도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집에 오니 새벽 4시쯤.
몇 시간 후엔 다시 연구실로 가야 한다.
다음 편은 원래 다음 주 토요일 예정이었지만, 짧은 시리즈인 만큼 감정의 결을 이어가기 위해
주 2회 연재로 리듬을 바꾸려 합니다.
다음 회는 화요일로, 마음을 담아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려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