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증기기관차에서 뛰어내리다.

나를 붙잡다.

by 박하우주

내게 친동생은 아니었지만, 각별히 여겼던 동생이 있었다.

그 아이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

동생은 유학을 마친 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유명 기업에 입사했지만,

그곳에서 극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현실은 얼음장 밑바닥 같았다.

그 냉혹한 현실은, 결국 그녀를 미세한 틈 하나 없는 좁은 벽장에 가둬버렸다.

그렇게 늘 어두운 방 안에 웅크려 있던 동생 곁에 나는, 어떻게든 있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도 그 아이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게 말했다.

'... 상담을 받아보는 건 어때?'

내가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나의 상태를 먼저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 늪에서 빠져나올 나뭇가지 하나를 간신히 붙든 듯했다.


놀람도 잠시, 신경과학을 전공했던 나는, 머릿속 엉켜 밟는 스텝에 순순히 응했다.

어쩌면 나도, 감정의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얼마 후 나는 학교 병원으로 향했다.

받아 든 진단서에 너무 확고하고 또렷해, 내 시선이 한동안 머물렀다.

확장된 동공에서 그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조울증.


그래.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흘러들던 생각들은 불어난 강물처럼 빠르게 차올라, 끝내 한데 뭉쳐져 꼬리를 물었다.

기억, 상상, 언어, 시간—모든 감각들이 '나'라는 터널로 동시에 몰려들어 빠져나갔다.

폭주하는 증기기관차처럼.

그중 잠재돼 있던 상상이 강렬히 떠올랐다.

'혹시, 나의 진짜 가족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같은.

급격한 감정의 기복이란 이런 건가.

신경전달물질의 대혼란은 실제 달라진 나를 알아챌 수 없게 했다.

어느 날엔, 이불을 제칠 기운도 없어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당장 그 순간에, 내가 왜 거기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나인지, 내가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니.


죽을 것처럼 이 아니라. 그냥 죽어버릴까 했다.

그날 밤, 강소주를 벌컥 마시고 묵직한 칼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너무 놀라 내가 나를 붙잡았다.

그 존재가 정말 나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제야 손끝이 떨려왔고, 어두운 방 안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행동에, 난 치료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이곳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앞서지는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졸업논문을 마무리하고 난 뒤라, 교수님께 진단서를 드리니 일정 기간 쉴 수 있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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