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 신대륙

떠날 결심.

by 박하우주

하루 중 거의 2-3시간의 수면에도 피곤하지 않았던 때였다.

미래의 '내가' 되려면 당장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 잠이 오지 않는 것에 오히려 감사했다.

정해진 시간표는 숨 쉴 틈 없이 조여왔고,

밥 한 끼조차 걷는 발걸음조차 모두 계획대로 줄지어 따랐다.

마치 컴퓨터에 명령어를 넣듯, 곧바로 망설임도 없이 반응했다.

내 머릿속은 각기 다른 언어와 숫자, 이미지 그리고 걱정에 대한 플랜 B가 거미줄처럼 엉켰다.

뇌에 각 분야의 신경들이 모두 일어나서 단체로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자유의 꿀을 따는 나를 상상하며.

아마, 뇌세포들도 그 상상의 세포들에게 현혹되어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곳을 떠나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었다.

그곳은 내게 있어 발견되길 기다리는 '별세계'였다. 마치, 갈릴레이의 신대륙처럼.

두려움 따윈 허구이고 오히려 희망과 설렘만 가득했다.

그곳에 가면 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풀어내야 할 굵은 매듭이 있었다.



뭉쳐진 그 매듭을 잇는 스프링 철사에, 나는 팽팽하게 매달려 있었다.

별세계의 빛줄기를 살짝 놓치기만 해도, 다시 원점으로 끌려가 버리는.

한 번씩 화풀이가 날아들어, 책들이 방에 난장판이 되어 쏟아져 있으면, 그나마 내 작은 원룸에서 쉴 수도 없었다.

그러면 연구실로 도망가 또 새벽 별과 함께 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날아드는 화살을 맨몸으로 맞으며 버텼다. 몇 년을.

어쩌면 자아가 생기면서부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고리를 끊어 내고 싶다는 갈망 끝에 나는 꿈을 꾸었고, 다시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결심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움켜쥐었다.


그 해 마지막, 손에는 종이 뭉치가 든 채로 쪽잠을 자기 일쑤였다.

내 텅 빈 지갑으로는 한 번의 시험도 사치였기 때문에,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다음 기회란 없었다.

퍽퍽한 생활이었지만 내 우주 신대륙은 심장에 공기를 한가득 불어넣어 주었다.


마치 세상 공기를 다 들이 마신 것처럼 마음도 가득 찬 느낌이었다.


그렇게 도서관 사건 이후,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들었다.




'다음 이야기는 토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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