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캐

'넌 그냥 네 자체로 웃겨'

by 박하우주

과거 심각했던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에 비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난 종종 '재미난 사람'이란 얘길 듣는다.

내가 몰랐던 나를 찾기라도 한 걸까.

모든 일들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심정이 다반사가 되었고, 미소가 번질 때도 있다.

뭉개진 감정의 목덜미를 잡아 '이 녀석, 너구나!' 하며 마주할 때면,

그저 다시 잠들라며 때려눕힌다.


모든 것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복잡한 관계와 물리적인 것들 속에서,

태워야 할 열정만 추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젠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오롯한 나의 감정들을 쌓아, 다시 시작하게 된 나의 스토리북 위에 올려 본다.

‘네 밑바닥에 깔린 개그캐와 함께 즐겁게 지내면 돼.'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이런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그 소중했던 인연.

가장 어두웠던 시절, 영혼 없이 떠도는 나를 불러 세워준 그 아이도 내 오래된 필름 속에 그대로이다.

같은 힘겨움이었지만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달랐던.

그래서인지 겹칠 듯 겹쳐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동생의 삶을 동경했었다.

순수한 어리광,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들.

어쩔 땐 천천히 밥을 앞니로 오물오물 씹어 먹는 그녀의 먹는 방식이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그녀의 삶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감히 도와줘야 할 게 없는 삶 말이다.

결국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나는 나의 길을 걸었고, 동생은 부모님의 울타리 안으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따뜻한 가족이 있어 안심이었다.

오물오물 밝은 빛이 언제나 그녀에게 드리우길 바란다.


때론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불안함에 갑자기 울분이 솟구칠 때도 있다.

난 절대 그들과 같지 않아. 파묻힌 죄책감의 씨앗을 도려내버려.

이젠 그것들과 맞서보려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쓰다듬는다.

평생을 그런 감정들 속에 살아왔는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겠니.

대신 받아들이면, 점차 그 반감기도 짧아지더라.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기이했던 경험과 요동치던 감정, 내 안의 나를 지켜보는 시간들이 결국, 나를 살게 했다는 것을 안다.


고정된 시선이 아닌, 누구에게나 그런 거미줄 같은 마음의 상태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언제나 심장을 관통해 나지막이 신호를 보낸다.


타인과 나,

또는 나와 나 사이에

온기가 있을 만큼의 거리라면-

휘청이며 끊어질 듯한 거미줄 위에,

어쩌면 향기를 머금은 꽃잎 하나쯤 살포시 내려앉을 수도 있으니까.


내게도 밝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나의 천사에게 오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 그냥 자체로 웃겨'



아직은 긴 글에 대해 자신이 없어,

이렇게나마 작은 연재로 옮겨 보았습니다.

여러분께도 언제나, 사소함조차 즐거운 마디마디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