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다시 만난 후배
요코하마는 건물을 구경하며 다녀서인지 몰라도 걷는 것이 지루하다거나 힘들지 않았다. 비도 그치고 날씨도 선선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코하마시 개항 기념회관을 지나서 사쿠라기쵸 역으로 간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개항 기념 회관도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데 내부도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사쿠라기초역에서 우에노로 간다. 4년 만에 우에노 공원을 다시 가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후배는 살을 많이 뺀 내가 신기한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다. 그때였다면 거절했겠지만 이번에는 당당하게 사진을 찍었다. 우에노 공원은 세월의 변화를 비켜간 듯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 임신했던 후배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나도 아이가 있지만 대학 때 만나 어리게만 봤던 후배가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라고 하니 더욱 신기하였다. 지금 4살인 남자아이는 유치원에 있다고 점심을 먹고 후배 집으로 가서 후배 아이도 만나기로 했다.
후배 집에서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를 만났다. 후배 남편의 얼굴과 붕어빵처럼 닮아 너무나 놀랐다. 아이는 낯도 안 가리고 날 이모라고 불렀다. 후배 집에 그 아이가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공룡 그림이었다. 너무나 멋지고 어린아이가 그린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후배에게 농담으로 그림을 하나 살 테니 사인 좀 받아야겠다고도 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인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조금 부러웠다. 후배도 그림을 잘 그렸는데 아이가 엄마의 재능을 받았나 보다. 내가 재능이 없어서 우리 아이들은 재능이 보이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카이트리 타워로 가서 아이와 같이 놀고 간식도 먹었다.
아이는 집에서는 아빠, 엄마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밖에 나가서는 일어로 대화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태어나 2개 국어를 하는 아이들은 언어를 더 잘 터득할 수 있는 것이 부러웠다. 한국사람이라고 받는 피해는 없는지가 궁금했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린아이들이 타지에서 겪는 인종차별은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니는 유치원에 한국 아이들도 많이 있고 아직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후배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조금 걱정이라는 말도 했다. 나는 타지에서 사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지만 이렇게 가끔 와서 한국사람의 그림움을 달래 주는 것 밖에 해줄 게 없는 것 같다. 한국 동화책 몇 권을 아이에게 선물로 주려고 가지고 왔었다. 한국어 책을 많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나와 짧은 만남이었지만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아이와 후배를 뒤로하고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