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느 카지노 딜러의 이야기 (2)

by 서우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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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원서를 내고도 지수의 머릿속은 복잡하였다.


20대에는 방황해도 괜찮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지수는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늘 생각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추진해보고자 했던지라, 부모님이 그렇게 반대를 했음에도 ‘워홀’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루에 몇 군데 알바를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열정을 쏟아부으면 행복할 거야, 막연하게 워홀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서 지수는 그렇게 원하던 호주 비행기를 탔다. 워홀 다녀온 후기들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향수와 외로움에 대한 글, 다녀와서 후회한다는 글도 봤었지만 그런 조언들을 받아들이기에는 지수의 꿈이 너무나도 컸다.


정말 원했던 호주 땅을 밟고, 한인 마트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을 응대하고.... 처음 1~2개월은 ‘자기가 원했던 바를 이루었다’라는 그 감각이 지수에게는 너무나도 황홀한 기억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풍경이 익숙해지고 점차 삶이 다시 지루해진 순간들이 오자, 지수는 자신이 외딴 타지에서 홀로 남겨져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혼자라는 외로움을 가득 느끼게 되었다.


한인 마트는 중심 도시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손님들도 자주 오지 않아 매장에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매우 천천히 흘렀다. 퇴근하고 난 뒤 밤이 오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반복적인 일을 하고, 퇴근하고 온 집은 너무나도 적적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도 없고, 사랑받고 관심 가져주는 지인들도 없고.... 어느 날 지수는 주말에 도시로 가서 펍에도 가보고 바에도 가서 놀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자고 일어난 뒤에는 술이 덜 깨서 두통이 뒤따라왔고, 혼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쯤부터였을까...

원래도 자주 올리던 인별에 자주 접속하게 되면서 점점 폰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던 지수였다. 어차피 밖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하루 뒤에 사라졌다. 지인들이 스토리로 이쁜 카페, 좋은 호텔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수도 돈을 모아서 ‘얼른 여행하고 이쁜 사진들을 담아내고 싶다, 호캉스 가고 싶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찼었다.


열심히 벌었던 돈을 모아 뉴질랜드에도 다녀오고, 골드 코스트에도 다녀왔다. 호캉스를 즐기고 나서 지수에게 남았던 것은 줄어든 통장잔고, 흘러가는 시간, 적적한 방. 그리고 인별이었다. 호주에 있는 동안 지수는 인별에 더 의존했지만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갔다. 결국 돌아와서 취업 준비를 했는데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난 유진이의 표정과 말이 지수 머릿속에 맴돌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 측은하다는 눈빛 속에 초라한 지수 모습을 비치는 듯해서.


항공과 동기 중에서도 성실하고, 모난 구석 없고 싫어하는 사람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친구가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이 어때”라고 말하는 모습.


20대 후반에 접었음에도 이룬 것이 없는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좋은 항공사에 취직해서 남자친구도 만나 내후년에 결혼하고 자리 잡아가는 성실한 유진이의 모습과 자기가 너무 대비되어서.


지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다.


컴퓨터 파일에 차곡히 적은 자소서 목록을 보았다. 1년 동안 자기가 알바를 다녀오고 쓴 글들. 그 글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모습을 본 지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잠시 밖을 나왔다.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는 차디찬 바람이 지수의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이 어때?”


안 좋아.

외로워.

슬퍼.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아.


지수는 인별을 다시 키고, 자신이 워홀에 가기 전 인천 공항에서 찍은 셀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쓴 글과 해시태그를 다시 읽어보았다.

“#새로운 시작 #호주 가자 #워홀”


“새로운 시작...”


잠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차디찬 공기가 자기 뼈를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시 숨을 내뱉었다. 워홀을 가기 위해 준비했던 열정들을 생각해 본다.


제출했던 카지노 딜러 원서를 떠올렸다.


저물어가는 자신의 20대, 인별을 보면서,

지수는 비활성화 버튼을 눌렀다.


지난날의 과거를 덮고 다가오는 30대를 준비하던 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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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던 김지수는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인별을 비활성화한 후에도, 지수는 며칠간 폰을 보는 습관이 남아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폰을 집어 들었다가, 빈 화면을 보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이러면 안 되지."

다시 폰을 내려놓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였다.


운 좋게 GDL 서류가 붙었다. 지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NCS도 잘 준비하고, 각종 후기를 뒤져보면서 면접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면접장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면접관에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지수는 그토록 원하던 한 줄의 회신을 받게 되었다.


[GDL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해냈다!'


여러 곳에서 손님들을 응대하고 알바를 했던 경험,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본인이 고민하고 솔직히 내놓은 답변들. 어느 정도 내려놓고 준비를 꼼꼼하게 하니 좋은 결과가 돌아오는구나.


지수는 마음에 있는 짐을 덜어낸 기분이었다.


“이 가시나야! 그러게 진작에 취업하지 그랬냐!”


오랜만에 근황을 알려드리려고 연락한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들린다. 거의 연락이 드문드문하다시피 해서 서먹서먹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지수를 걱정했다는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어휴, 고생했다... 그래도.”


고생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지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그래도 남들 앞에서 ‘나도 회사 다닌다’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그게 10년이 걸렸구나. 지수는 과거를 되짚으면서 메일로 전달받은 구비해야 할 서류와 빼곡하게 적인 교육 안내일정을 읽어보고 있었다.


입사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덧 30살이 된 김지수였다.

겨울도 포근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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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연수원 생활은 생각보다 빡빡했다.


오리엔테이션부터 회사 이념, 서비스 교육, 카지노 기초까지. 코시국이 끝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딜러를 다시 급하게 뽑다 보니 교육 일정이 살인적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그나마 다행인 건 팀빌딩 시간에 괜찮은 사람들과 묶였다는 것. 팀빌딩에서 4인 1조로 묶인 지수는 8조가 되었다.


우선 강주리. 30살, 지수랑 동갑. 홀덤펍 근무 경력이 있는 카지노관광학과 출신으로 이미 카지노 게임 지식이나 경험 측면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다만 조금 차가운 면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다녔던 기업을 그만두고 GDL로 넘어왔다.


다음은 지유안. 24살. 부모님이 공기업 취업을 원해서 여기저기 넣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미소도 밝고,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티가 나는 동기였다. 다만.... 계산이 많이 약한 친구였다.


마지막으로 마원경. 26살. 영문학과 출신으로, 국내파이지만 영어가 많이 유창하다.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아 여행 유튜버도 많이 보고 미드, 팝송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해외의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지수의 워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원경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우와 언니! 호주에서 살다 오셨어요?"


한편으로는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오버랩되어 내심 내적 친밀감을 느끼던 지수였다.


8조.

럭키에잇답게 좋은 숫자였다.


8조는 바카라, 블랙잭을 거쳐 룰렛에 대한 기본적인 룰과 테이블 매너를 숙지했다. 그중에서 룰렛이 상당히 까다로웠고 애를 먹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룰렛. 휠 위에서 볼이 돌다가 38개 숫자 중 하나에 떨어지는 게임. 카지노에 입문하는 손님들도 많이 즐긴다. 그래서 간단해 보이지만 초보 딜러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첫째, 정확한 돈 계산.

배당률이 복잡해서 순간 계산 실수가 나기 쉽다. 룰렛판을 외우고, 어느 숫자가 어디에 있는지 다 외워야 한다. 스트레이트 업(한 숫자) 35배, 스플릿(두 숫자) 17배, 스트릿(세 숫자) 11배...


게다가 여러 곳에 동시에 걸면 당첨 숫자 하나로 여러 배당이 겹친다. 2만원을 17번에 걸고, 동시에 17이 포함된 스트릿에도 1만원을 걸었다면? 머릿속으로 순간에 계산해내야 한다.


"이거 어떻게 외우는 거야?"

유안이가 쩔쩔 메며 테이블표를 본다.


둘째, 칩 다루기.

칩스 스태킹, 컷팅, 푸시까지 모든 기술이 완벽해야 한다.


특히 칩 기술이 문제였다. 검지와 엄지로 칩 100개를 빠르게 쌓고, 손 감각만으로 정확히 20개씩 집어내야 하고, 여러 스택을 한 번에 밀어줄 수 있어야 했다.


"칩이 자꾸 무너져..."

원경이가 20개를 집어야 할 칩을 계속 19개, 18개 잘못 집으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조들도 마찬가지로 고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8조는 서로 도우며 연습했다. 주리가 완벽한 실력으로 가르치고, 지수가 빠르게 습득해서 원경이를 도왔다. 유안이는... 그래도 노력만큼은 최고였다.


최종 평가를 앞두고 8조는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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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느 날 밤, 8조는 평소처럼 방에 모여 게임 연습을 했다. 한 방에 모여서 종이 룰렛판을 깔고, 칩 100개를 세팅해서 연습했다.


"유안아, 7배 배당 계산 다시 해봐."

주리의 목소리는 언제나 차분했지만 어딘지 날이 서 있었다.

"어... 2만원 걸었으니까... 14만원?"

"틀렸어. 배당금만 14만원이야."


주리가 미간을 찌푸린다.

"원금 포함해서 16만원을 줘야 해."

"아... 맞다..."

유안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벌써 세 번째 같은 실수였다.


"유안아, 집중해. 이런 실수하면 현장에서 큰일 나."

주리의 목소리가 유독 차갑게 들렸다.

유안이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유안아 괜찮아, 다시 해보자."

지수가 중재하듯 말했다.


한편 원경이는 이론은 완벽했지만 손놀림이 문제였다.

"언니, 칩 스태킹 좀 봐주세요. 자꾸 무너져요..."

"원경아, 너무 성급해해. 천천히 하나씩 쌓아봐."


지수가 원경이 옆에 앉아서 시범을 보였다.

"와... 언니. 정말 많이 느셨네요."

"아니야, 나도 처음엔 많이 무너뜨렸어."

지수는 예전 알바 경험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매장 재고를 빠르게 정리하던 손놀림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주리가 다시 원경이의 칩 손놀림 교정을 도와주는 동안, 지수는 유안이에게 따로 계산법을 알려줬다.


"유안아, 이렇게 생각해 봐. 배당이 7배면 원래 건 돈에 7을 곱한 다음에, 원금을 더하는 거야."

"아...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

유안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언니, 정말 고마워요!"

유안이가 밝은 미소로 말했다.


"우리가 명색이 럭키에잇의 8조인데, 잘 해보자!"

지수가 조원들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주리가 멋쩍어했지만, 입가에는 미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럭키에잇 8조는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때로는 주리의 날카로운 지적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고, 유안이의 반복되는 실수 때문에 답답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수가 중간에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 원경이가 밝은 성격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팀워크는 점점 좋아졌다.


마침내 최종 평가 날이 왔다.

"8조, 준비되셨습니까?"

최종평가를 심사하는 교관의 목소리에 네 명이 일제히 긴장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습이 헛되지 않았다. 주리가 완벽한 룰렛 운영을 보여줬고, 지수가 자연스러운 고객 응대를 했으며, 원경이가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 고객 응대를 소화했다. 유안이도 계산 실수 없이 배당을 처리했다.


어느덧 수료식이 다가왔다.

"8조, 우수조로 선정되셨습니다."

"와아아!"

유안이가 제일 먼저 환호했다.


"각자 다른 부서로 배치받겠지만, 앞으로도 파이팅이야!"

원경이가 밝게 말했다.

주리도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우리가 해냈네."

지수는 세 명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이런 팀워크를 경험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부서 배치를 받았다.

드디어 진짜 카지노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행복이 지속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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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 What is wrong with you b**ch! (*발, 뭐하는 년이야!)“


지수가 운 없는 날을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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