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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쫓는 물고기들: 불교로 보는 문학의 풍경

제2부 한국문학 – 하늘과 먹이의 교차

by 한시을

9회: 독재의 하늘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소년이 온다》


경제성장과 총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입을 다물고 순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그늘에서 누군가는 철거당하고, 누군가는 총에 맞아 죽습니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분단의 하늘이 무너지고 독재의 하늘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독재의 하늘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두 개의 하늘이 각각 다른 먹이를 던졌습니다. 박정희는 "북한보다 잘 살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다른 것은 중요치 않다.정치에 의심을 품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전두환은 "3S(스포츠, 섹스, 스크린)를 즐겨라. 국풍81에서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즐겨라. 통금을 해제할 테니 밤늦도록 술집에서 즐겨라. 대신 광주를 말하지 마라"라고 했습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 두 작품은 각각 다른 독재 하늘 아래서 거역한 물고기들의 기록입니다.


박정희의 하늘 - 경제성장이라는 거래


1970년대 서울. 하늘이 던진 것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하늘은 명확한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잘 살려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겠다. 나를 믿어라. 대신 불만 불평은 하지 마라. 반체제 활동은 금지다."


하늘이 던진 법(경제성장 이념)과 미촉(물질적 풍요)이었습니다. 이 먹이를 받아먹은 물고기들은 실제로 배가 불러졌습니다. 새 아파트에 살고, 자동차를 몰고, TV를 봤습니다. 중산층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그늘에서 밀려난 물고기들이 있었습니다. 도시 빈민, 철거민, 노동자들. 그들에게 하늘이 던진 것은 "신도시로 가라. 공장에서 일해라"는 강제였습니다.


난장이 아버지가 본 것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8년 발표되었습니다. 박정희 개발독재의 한복판에서 쓰인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난장이 아버지는 수도 파이프 수리공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인쇄소 제본공이었습니다. 큰아들 영수와 둘째 영호도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다섯 식구가 달동네에서 근근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철거 계고장이 날아왔습니다. 재개발. "신도시로 가라." 하늘이 던진 명령이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도시를 정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달동네는 사라져야 했습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난장이 가족의 의(意)가 추구한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법(경제성장을 위한 희생)과 충돌했습니다. 난장이 아버지는 공장 굴뚝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달나라를 향해 몸을 던진 것입니다.


하늘 (시대정신, 질서) 박정희 개발독재 - 경제성장과 반체제 금지


먹이 (욕망의 대상) 하늘이 던진 것: 경제성장(법) + 물질적 풍요(미촉). 난장이 가족이 추구하는 뜻: 인간다운 삶 + 먹고살 권리(미)


물고기 (인간) 난장이 가족: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 영수: 공부를 그만두고 공장에 들어간 소년. 은강 그룹: 개발로 이익을 본 자본가들


괴로움의 구조


난장이 가족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버지는 배관을 고치고, 어머니는 제본을 하고, 아들들은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던진 경제성장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철거당하고 쫓겨나는 것, 이것이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인간다운 삶)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입니다. 동시에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워하는 것(가난, 철거)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입니다.


난장이 아버지가 굴뚝에서 뛰어내린 것은 항의였습니다. "달나라로 가겠다." 이 땅에서는 인간답게 살 수 없으니, 차라리 달나라로 가겠다는 절망이었습니다.


전두환의 하늘 - 3S와 학살


1980년 5월 광주. 하늘이 든 총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전두환이 신군부를 장악했습니다. 하늘이 또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의 하늘은 박정희와 달랐습니다.


박정희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며 경제성장을 미끼로 던졌습니다. 전두환은 다른 먹이를 던졌습니다. "3S를 즐겨라. 스포츠(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 섹스(에로영화 허용), 스크린(컬러TV 대중화). 국풍81에서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즐겨라. 통금을 해제할 테니 밤늦도록 술집에서 즐겨라. 정치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대신 체제를 인정하라."


안이비설신의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색(스포츠 관람, TV 시청, 술집 네온사인), 성(노래, 음악, 노래방), 향(여자 향수, 술 냄새), 미(먹고 마시기, 술과 안주), 촉(춤, 오락, 유흥). 특히 술집은 색성향미촉이 모두 작용하는 곳이었습니다. 하늘이 던진 색성향미촉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3S정책을 받아먹기 전에, 광주에서 항쟁이 일어났습니다. "독재 타도, 전두환 물러가라." 광주 시민들과 학생들의 의(意)가 추구한 신념은 민주주의였습니다. 하늘이 강요하는 체제인정(법)과 정면 충돌한 것입니다.


하늘은 총을 들었습니다. 계엄군을 보냈습니다.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광주는 학살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동호가 본 것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2014년 발표되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 동호입니다. 실제 인물은 문재학 열사입니다.


동호는 친구 정대와 함께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정대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동호는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매일 들어오는 시신들. 피투성이 시체들. 동호는 그들에게 초를 밝히고 혼을 위로했습니다.


열다섯 살 소년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이었습니다. 계엄군은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이 시민들을 죽였습니다. 총을 쏘고, 곤봉으로 때리고, 짓밟았습니다.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도청을 진압했습니다. 동호도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교련복을 입은 소년의 시신이 피투성이로 복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하늘 (시대정신, 질서) 전두환 신군부 독재 - 3S정책(색성향미촉)과 체제인정 강요


먹이 (욕망의 대상) 하늘이 던진 것: 3S정책(색성향미촉) + 체제인정(법). 광주 시민들이 추구한 신념: 민주주의 + 인간 존엄


물고기 (인간) 동호: 계엄군의 총에 맞서 끝까지 도청을 지킨 소년. 정대: 시위 중 총에 맞아 죽은 친구. 광주 시민들: 독재에 맞선 물고기들


괴로움의 구조


광주 시민들의 의(意)가 추구한 신념은 민주주의였습니다. 독재 타도, 전두환 퇴진. 하지만 하늘이 던진 것은 총탄이었습니다. 체제를 인정하라는 강요였습니다.


동호는 왜 도청을 지켰을까요?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았습니다. 죽은 친구들을 버릴 수 없었고,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호의 의가 추구한 뜻은 "우리는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을 짓밟았습니다. 총을 쏘고, 곤봉으로 때리고, 죽였습니다.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민주주의)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워하는 것(계엄군)을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 그리고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괴로움.


두 개의 독재, 하나의 구조


박정희와 전두환. 두 독재는 던진 먹이가 달랐습니다.


박정희는 경제성장(법+미)을 던졌습니다. "잘 살게 해주겠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정치적 자유를 빼앗았습니다. 난장이 가족 같은 도시 빈민들은 성장의 그늘에서 밀려났습니다.


전두환은 3S(색성향미촉)를 던졌습니다. "즐기면서 살아라.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즐겨라. 통금 해제된 밤거리에서 술집을 즐겨라." 하지만 그 대가로 민주주의를 짓밟았습니다. 광주 시민들처럼 저항하는 물고기들은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같았습니다. 두 독재 모두 하늘이 던진 것(순응 강요)과 물고기가 추구하는 뜻(저항)이 충돌했습니다.


난장이 가족의 의가 추구한 뜻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였고, 동호의 의가 추구한 신념은 "민주주의를 원한다"였습니다. 둘 다 하늘이 던진 법(경제성장을 위한 희생, 체제인정)과 불일치했습니다.


그래서 난장이 아버지는 굴뚝에서 떨어졌고, 동호는 도청에서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거역의 대가였습니다.


불교적 통찰: 무상과 집착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소년이 온다》를 불교의 눈으로 보면 깊은 통찰이 보입니다.


무상(無常): 모든 것은 변한다 박정희 독재도 무너졌고, 전두환 독재도 무너졌습니다. 난장이 아버지가 꿈꾼 달나라도, 동호가 지키려 한 도청도, 모두 변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집착: 괴로움을 키우는 것 난장이 아버지의 집착은 "달나라"였습니다. 이 땅에서는 살 수 없다는 절망. 동호의 집착은 "도청"이었습니다.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신념. 이 집착들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집착이 없었다면, 문학도 없었을 것입니다.


색성향미촉법의 관점 박정희가 던진 것: 경제성장(법) + 새 아파트(색) + 물질적 풍요(미촉). 난장이가 추구한 뜻: 인간다운 삶 + 먹고살 권리(미) 불일치 → 굴뚝에서의 추락


전두환이 던진 것: 3S정책(색성향미촉) + 체제인정(법). 동호가 추구한 신념: 민주주의 + 인간 존엄 불일치 → 도청에서의 죽음


독재 하늘 아래 다른 물고기들


난장이와 동호만이 아니었습니다. 독재의 하늘 아래, 다른 선택을 한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객지 (황석영) - 미(생계)+존엄(의지)형 "객지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 1970년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독일로 향한 노동자들. 박정희 경제성장의 밑바닥에서 일한 사람들입니다. 미(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인간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재의 하늘은 그들에게 단지 노동력만을 요구했습니다.


독재 하늘 아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든 작품의 물고기들이 쫓은 것은 인간다운 삶이라는 뜻, 민주주의라는 신념,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였습니다. 난장이는 인간답게 살고 싶었고, 동호는 민주주의를 원했고, 객지의 노동자들은 존엄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법(경제성장을 위한 희생, 군부체제 인정 강요)과 충돌했습니다. 순응한 물고기는 살아남았지만 문학을 쓰지 않았고, 거역한 물고기는 죽었지만 문학이 되었습니다.


두 작품이 말하는 것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박정희 개발독재 하늘 아래서 경제성장의 그늘에 밀려난 도시 빈민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쫓다가 달나라를 향해 몸을 던진 이야기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전두환 신군부 독재 하늘 아래서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을 원했던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맞서 끝까지 펄떡인 이야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두 작품이 40년, 10년이 지난 지금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하늘은 바뀌었습니다. 독재는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비슷한 구조 안에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체제에 순응하라는 압박, 저항하면 짓밟히는 현실.


여전히 누군가는 하늘이 던진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가 추구하는 뜻을 쫓습니다. 여전히 괴로워하며 펄떡입니다. 욕망의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학은 영원합니다. 인간은 끝없이 펄떡이는 물고기니까요.


[다음 회 예고] 제2부 10회: "자본의 하늘 – 《삼포 가는 길》" - 독재가 무너지고 자본의 하늘이 들어섰습니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이제 돈이 새로운 하늘이 되었습니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고향을 잃고 떠도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이 던지는 먹이와 물고기들의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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