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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쫓는 물고기들: 불교로 보는 문학의 풍경

제2부 한국문학 – 하늘과 먹이의 교차

by 한시을

10회: 자본의 하늘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도가니》


민주화가 되었습니다. 독재의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이 무너지고, 드디어 민주주의가 왔습니다. 더 이상 총칼을 들이대는 하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하늘이 들어섰습니다. 자본의 하늘입니다. 이제 돈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독재 시대에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던졌고, 전두환이 3S정책을 던졌다면, 자본의 하늘은 더 정교하게 작동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공지영의 두 작품이 자본의 하늘 아래에서 물고기들이 어떻게 펄떡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는 1990년대 초반, 민주화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도가니》(2009)는 2000년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자본이라는 하늘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지를 증언합니다.


1990년대: 민주화는 되었지만 여성은 "마지막 식민지"


1993년, 서울. 하늘이 던진 것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화가 되었습니다. 87년 체제가 안착하면서 사회 전반에 평등과 정의, 민주주의가 확산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학 시절 페미니즘과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여성들은 이제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남성들만 성공했습니다. 대학 동기였던 남편들과 운동권 선배들은 대학교수가 되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고, 출판사 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민주화 세대 남성 지식인으로서 비교적 순탄한 성공담을 공유했습니다.


여성들은? 결혼하고, 육아를 맡고, 직장에서 차별받고, 가정에서 억압받았습니다. 하늘이 던진 것은 모순적이었습니다. "경력도 쌓고 육아도 완벽하게 하라." 자본주의적 성공과 가부장적 역할을 동시에 요구한 것입니다.


혜완, 경혜, 영선이 본 것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1993년 발표되었습니다. 세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대학 불어불문학과 동창입니다. 대학 시절 페미니즘을 배우고, 지혜롭고 강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진 그들이었습니다.


혜완은 작가입니다. 사고로 아들을 잃고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홀로 서려고 애쓰지만, 내면에서 끊임없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합니다. "나는 왜 혼자 서지 못하는가?"


경혜는 아나운서입니다. 화려한 외모와 커리어로 부유한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과 서로 외도를 합니다. 정부의 임신에 본처로서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결혼생활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선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고 성공한 남편 뒤에서 주부 노릇만 하다가 결국 자살을 시도합니다.


세 여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대학 시절 "오전엔 여성문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오후에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멀리 떨어진 햇빛도 찬란한 섬으로 데려가게 해달라는" 소망을 가졌던 그들입니다. 모순조차 모순으로 느끼지 않았던 활력과 당당함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자본의 하늘 아래에서 여성들은 이중적 요구에 시달렸습니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증명해야 했고, 가정에서는 완벽한 아내와 어머니가 되어야 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했지만, 동시에 가사와 육아도 도맡아야 했습니다.


하늘 (시대정신, 질서) 민주화 이후 자본주의 - 능력주의와 자유의 환상


먹이 (욕망의 대상) 하늘이 던진 것: 경력 성공 + 완벽한 가정. 혜완, 경혜, 영선의 의가 추구한 뜻: 여성으로서 주체적 정체성 + 평등한 관계


물고기 (인간) 혜완: 작가, 이혼 후 홀로 서려 하지만 의존성 발견. 경혜: 아나운서, 화려한 외모 뒤의 공허한 결혼생활. 영선: 유학생 아내, 남편 성공의 그늘에서 자살 시도


괴로움의 구조


세 여성의 의(意)가 추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주체적 정체성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남편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이다." 이것이 그들의 신념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것은 달랐습니다. "경력도 쌓아라, 그런데 육아도 완벽하게 해라." "성공해라, 그런데 여자답게 행동해라." "자유롭게 살아라, 그런데 결혼은 해야지."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주체적 삶)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입니다.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워하는 것(가부장제)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입니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꿈(평등한 세상)과 헤어지는 괴로움입니다.


혜완은 이혼 후에도 여전히 남자에게 기대려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경혜는 화려한 외모로 성공했지만 결혼생활은 거짓입니다. 영선은 결국 자살을 선택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경전의 이 말처럼, 그들은 혼자 서려 했지만 사회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자본이 정의마저 매수하다


2000년대, 무진시. 하늘이 던진 총알


1990년대는 자본이 생존을 지배했습니다. 2000년대는 자본이 정의까지 매수했습니다.


IMF 외환위기(1997)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경쟁, 효율, 성과. 이것이 새로운 하늘의 언어였습니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구조가 확립되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자본이 법마저 매수했다는 점입니다. 정의는 돈 있는 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약자들의 외침은 돈 앞에서 묻혔습니다.


강인호가 본 것


공지영의 《도가니》는 2009년 발표되었습니다. 2000~2005년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강인호는 미술교사입니다. 친한 교수의 추천으로 무진시의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부임했습니다. 첫날부터 이상했습니다. 청각장애 아동이 기차에 치여 죽었는데도 학교는 이를 쉬쉬했습니다. 여자화장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이 청각장애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7세부터 22세까지의 남녀 장애학생들에게 말할 수 없는 악행이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강인호는 무진인권운동센터의 서유진과 함께 진실을 폭로하고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을 짓밟았습니다. 재단 이사장과 교장은 돈으로 경찰을 매수하고, 검사를 매수하고, 판사를 매수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습니다. 법정에서 선고가 통역되는 순간,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법정이 가득 찼습니다.


하늘 (시대정신, 질서) 2000년대 신자유주의 - 자본이 정의까지 매수


먹이 (욕망의 대상) 하늘이 던진 것: 자본의 힘 + 사법부 매수(법의 왜곡). 강인호의 의가 추구한 신념: 정의 + 약자 보호


물고기 (인간) 강인호: 미술교사, 진실을 폭로하려는 물고기. 청각장애 아동들: 말할 수 없는 약자들. 재단 이사장/교장: 돈으로 모든 것을 매수하는 자들


괴로움의 구조


강인호의 의(意)가 추구한 신념은 무엇이었을까요? 정의였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이것이 그의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것은 돈이었습니다. 재단 이사장과 교장은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경찰을 매수하고, 검사에게 뇌물을 주고, 판사를 회유했습니다. 피해 아동 가족들에게도 합의금을 제시했습니다.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정의 실현)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입니다.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워하는 것(가해자들)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입니다.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여전히 학교에서 일했습니다. 피해 아동들은 가해자 교사들을 매일 복도에서 마주쳐야 했습니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순 없습니다." 강인호가 법정에서 외친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진실은 돈 앞에서 무력했고, 정의는 자본에게 매수되었습니다.


두 작품이 말하는 것: 자본 하늘의 진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도가니》. 두 작품은 모두 공지영이 쓴 작품입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자본의 하늘 아래에서 물고기들이 어떻게 펄떡였는지를 보여줍니다.


1990년대: 자본이 생존과 정체성을 지배 민주화 직후, 자본의 하늘은 여성들에게 이중적 요구를 던졌습니다. "경력도 쌓고 육아도 완벽하게 하라." 혜완, 경혜, 영선은 이 모순적 요구 앞에서 괴로워했습니다. 자본은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요했지만, 동시에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억압했습니다.


2000년대: 자본이 정의까지 매수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자본의 힘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이제 자본은 단순히 생존을 지배하는 것을 넘어, 정의까지 매수했습니다. 《도가니》에서 재단 이사장과 교장은 돈으로 경찰, 검사, 판사를 매수했습니다. 법정은 정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 돈 있는 자가 이기는 곳이 되었습니다.


공통점: 돈이 없으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구조 두 작품 모두 자본이라는 하늘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1990년대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 없이는 주체적 정체성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2000년대 장애 아동들은 돈이 없어서 정의를 실현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던진 법(자본주의적 성공, 능력주의)과 물고기의 의가 추구한 법(평등, 정의, 존엄)이 충돌했습니다. 순응한 물고기는 살아남았지만 괴로웠고, 거역한 물고기는 더욱 처절하게 짓밟혔습니다.


불교적 통찰: 돈이라는 환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도가니》를 불교의 눈으로 보면 깊은 통찰이 보입니다.


무상(無常): 모든 것은 변한다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화가 왔지만, 새로운 하늘(자본)이 들어섰습니다. 자본의 하늘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의 자본과 2000년대의 자본도 다릅니다. 하늘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집착: 괴로움을 키우는 것 혜완, 경혜, 영선의 집착은 "주체적 정체성"이었습니다.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신념이 그들을 괴롭게 했습니다. 강인호의 집착은 "정의"였습니다. 이것을 실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신념이 그를 괴롭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착이 없었다면, 문학도 없었을 것입니다.


색성향미촉법의 관점: 1990년대가 던진 것: 경력 성공(법) + 경제적 생존(미) + 여성다움(향). 혜완 등이 추구한 뜻: 주체적 정체성(향) + 평등(법) 불일치 → 이혼, 외도, 자살 시도


2000년대가 던진 것: 자본의 힘 + 사법부 매수(법의 왜곡). 강인호가 추구한 신념: 정의(법) + 약자 보호(법). 불일치 → 집행유예, 재판 패소, 진실의 패배


자본 하늘 아래 다른 선택들


자본의 하늘 아래에서 다른 선택을 한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순응한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경력을 포기하고 가정에만 충실한 여성들, 돈을 벌기 위해 양심을 버린 사람들. 그들은 하늘이 던진 먹이를 받아먹었고,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는 하늘이 던진 법과 일치하도록 스스로를 바꾼 것입니다.


거역한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혜완처럼 이혼 후에도 홀로 서려 애쓴 여성들, 강인호처럼 진실을 폭로하려 한 사람들. 그들은 하늘이 던진 법을 거부했고, 자신의 의가 추구하는 뜻을 쫓았습니다. 하지만 괴로웠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자본 하늘 아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든 물고기들이 쫓은 것은 인간다운 삶이라는 뜻, 정의라는 신념,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던진 법(자본주의적 성공, 돈의 힘)과 충돌했습니다. 순응한 물고기는 살아남았지만 괴로웠고, 거역한 물고기는 더욱 처절하게 짓밟혔지만 문학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나온 지 30년이 넘었고, 《도가니》가 나온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자본의 하늘은 여전합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경력과 육아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약자들은 여전히 돈 없이는 정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자본은 여전히 법을 매수하고, 진실을 억압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여전히 펄떡입니다. 《도가니》는 영화로 만들어져 '도가니법'을 탄생시켰습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문학이 법을 바꾼 것입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하늘이 던진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가 추구하는 뜻을 쫓습니다. 여전히 괴로워하며 펄떡입니다. 욕망의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회 예고] 제2부 11회: "신자유의 하늘 – 《채식주의자》" - 자본의 하늘이 더욱 강력해진 200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는 경쟁과 효율을 강요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상품화합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식물이 되려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향(정체성)과 촉(육체)의 극단적 충돌 속에서, 영혜는 왜 모든 먹이를 거부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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