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23:59 06화

하얀 개구리의 비밀

by Green
ChatGPT Image 2025년 11월 9일 오후 06_24_35.png @OpenAI


아침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옆 언덕의 어떤 사나운 이들이 우리 구역에 침입하여 동료들을 하나둘씩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정체를 수색하러 간 어린 녀석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충분히 보이는 가까운 곳이었다. 어떤 열매가 갓 맺히고 있었다.


이사 준비를 하지.

그래. 그건..


어느새 나는 하나의 말귀를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터를 옮기기 위한 우리의 계획이었다.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언덕을 넘기 위한 생각이었다. 무리 별로 한 녀석을 뽑아 그들이 잎사귀를 눕혀 그림자를 지도록 하면 그 아래에 숨어 움직이는 계획이었다. 누가 먼저 올라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먼저 노출되는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용감한 누군가가 나서야만 했다.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대장은 이곳을 떠날 생각에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의 이들은 한마디 한마디 건네며 달래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전 이곳이 정말 좋아요.

그래, 고맙구나.


마음이 아팠다. 나도 한 마디 크게 외쳤다.


“사랑해요!”


다들 어쩔 줄 몰라했다. 너무나도 과격한 나의 표현에 망설이는 것이다.


순간 피부에 차가운 향이 다시 느껴졌다. 살짝 막혀있던 구멍이 때마침 열렸다. 숨을 쉬기가 너무나도 편해졌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다들 잎사귀 밖으로 나와 이미 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어두워서 동료들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초록빛의 거대한 무리가 앞에 있었다. 밤의 풍경이 우리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얼마든지 울어도 좋았다. 푸른빛의 악단들의 박자를 생각하며 다시 음이 반복될 때 비로소 나의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그것은 느려졌다. 오롯이 나의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힘차게 내 짖었다. 그새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일부러 박자를 맞춰주고 있었다. 슬슬 이들의 눈망울이 보였다. 어쩌면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의 소리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욱 힘차게 나는 소리를 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낮은 듯한 나의 목소리는 무리 속에서 그대로 선명하게 울려 퍼졌을 것이다.


언제까지였을까. 소리가 길어진 탓에 이제 그만 잠에 들어도 좋았다. 다들 목소리를 낮추는 것으로 이제 잠에 들 것을 알렸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그 음높이를 따랐다. 그대로 나는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모두 안녕!”


ChatGPT Image 2025년 11월 9일 오후 06_44_17.png @OpenAI


동이 텄다. 슬슬 가야 할 때다. 아직까지도 뛰어오를 녀석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용기를 낼 차례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니까.


"내가 할게!"

...


연못 위에는 비가 올 듯 말 듯, 공기만 젖어 있었다. 무수히 번져가는 습기가 허공에 작은 실금처럼 걸려 있었다. 초록빛 무리는 이미 잎 아래로 모여들어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숨결마다 흘러나오는 소리가 연못의 수면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너는 여기 남아있지 그래?

필요 없어.


나는 먼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미 녀석들은 나타났다. 등 위에 무엇인가를 펼쳐 거대해졌다. 그리고 하늘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둔하지만 민첩한 그 몸짓에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동료들은 하나 둘 삼켜지고 사라졌다. 그 앞으로 향했다. 그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세 마리인 듯했다. 눈을 감을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들은 또 움직이며 동료들을 삼켰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지나쳐 뒤에 있던 대장을 잡아 삼켰다. 다리에 힘을 가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내 몸을 굳게 만들었다.


홀로 남았다. 그들은 가고 없다. 거대했던 초록빛 군단이 머물던 드넓은 연못은 거울빛이었다. 그 위의 연잎은 아무런 상처 없이 고요히 놓여있었다. 나 역시 그 위에 서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비워진 거울빛 연못을 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얀빛의 물고기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올 듯 말 듯 꺼내달라는 눈초리였다. 우리를 두려워해 갇혀있었던 듯했다.


그것을 향해 더 고개를 내밀었다. 그것은 더욱 높이 올라오며 입을 벌렸다. 의미 없는 몸짓임을 깨달았다. 얼굴 주위에 물방울이 맺혔다. 비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레 양 볼 위를 지나가 턱 밑으로 모여 커다란 방울이 되어 물 위로 떨어졌다. 그 얼굴은 물결을 치며 흩어지고 있었다. 앞이 일렁였다.


“모두가 같은 시선이었네. 너도 혹시 그랬을까. 이건 축복이지만 저주일지도 몰라.”


나는 다시 드넓은 거울 연못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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