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와 유리의 삶
유리는 가끔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다. 타샤 튜더.
꽃과 정원, 계절과 손일로 하루를 빚어 올리던 그 삶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그녀는 미국 뉴잉글랜드 시골에서 아이들과 동물, 자연을 그리며 100권이 넘는 책을 남긴 그림책 작가였다. 삶의 방식 또한 19세기 뉴잉글랜드식 소박한 생활미학을 따랐고, 그 결이 고스란히 그림 속에 스며들었다. (인터넷 글에서 발췌)
타샤 튜더는 원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늘 전통적인 농가의 생활을 동경했다. 결국 그녀는 오래된 집을 고쳐 살며, 정원을 가꾸고, 직접 베이킹과 바느질을 하고, 초를 만들며, 옛날식 의복을 입고 살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치 19세기에서 온 사람”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일부러 꾸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숨 쉴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그림책 속에는 늘 자연과 동물, 그리고 가족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토끼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오리와 개, 고양이가 친구처럼 어울려 뛰어노는 장면들은 사실 그녀가 곁에서 보았던 손주들과 애완동물들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더 따뜻하고 진솔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피터 래빗 이야기》로 유명한 비아트릭스 포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타샤 튜더의 그림은 조금 더 가정적이고 목가적인 세계였다. 《Pumpkin Moonshine》, 《Mother Goose》, 《1 Is One》, 《A Time to Keep》, 《Corgiville Fair》 같은 책들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꺼내 읽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 (인터넷 글에서 발췌)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에 담긴 사과즙을 짜는 시간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과를 으깨고, 힘을 모아 즙을 짜내는 모습은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라, 삶을 나누는 축제였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과 자연,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작은 수고로움은 곧 행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는 그림을 그렸고, 계절마다 정원을 돌보며 아이들과 차를 마셨다. “나는 동화 속에서 살고 있다.” 그녀가 남긴 이 말은, 허황된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 하루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살아가는 방식이 곧 그녀의 작품이었고, 작품은 다시 삶을 비추었다.
유리는 그 다큐멘터리를 떠올린다.
화면 속에서 정원과 부엌, 작업실이 천천히 이어질 때, 유리는 “생활”과 “작품”이 따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한다. 사는 법이 곧 그리는 법이었고, 그리는 법이 곧 사는 법이었다. 유리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일상으로 시선이 돌아온다.
몇주 전, 십 년 넘게 쓰던 TV를 바꾸는 날이었다. 집에 온 설치 기사님이 마치 아들처럼 곁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과 사람으로, 낯선 이와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그분이 유리를 보며 말했다.
“주름이 거의 없으셔서 젊어 보이세요. 그런데 흰머리만 조금 염색하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유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은 글을 쓰다 보니 거울을 잘 안 봐요.”
그러자 기사님은 “집중력이 참 좋으시네요. 글도 열심히 쓰시고, 머리 염색도 꼭 하세요” 하고 덧붙였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날 저녁, 유리는 오랜만에 염색약을 꺼내 흰머리를 덮었다.
오랜만에 삼촌을 보러 방문한 조카에게 웃으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숙모도 흰머리가 있었구나!” 하며 놀라워했다. 유리는 웃으며 말했다.
“삼촌 덕분에 훈장이 많단다. 팔뚝도 굵어지고, 머리도 희어지고… 그냥 내 일상이지 뭐.”
그렇게 소소한 하루의 에피소드가, 타샤 튜더의 장면과 겹쳐졌다.
물론 유리가 그녀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샤 튜더가 보여준 삶의 태도는 여전히 유리의 마음을 붙잡는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글을 쓰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 웃는 삶을 가꾸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타샤 튜더는 유리에게 완벽한 롤 모델이라기보다는, 그저 삶이 지향하고 싶은 한 장면의 그림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언젠가 유리의 일상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꿈으로 전해지기를, 그녀는 오늘도 글을 쓰며 소망한다.
타샤 튜더는 늘 이렇게 말했다. “Take Joy!” — 기쁨을 취하라.
그것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기쁨이 아니라, 매일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붙잡는 기쁨이었다.
유리 또한 오늘 글을 쓰며, 작은 씨앗처럼 숨겨진 기쁨을 하나씩 취하고자 다짐한다.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