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날
유리는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는 아무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난 뒤, 어젯밤 꿈의 한 장면이 서서히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자리에서 누군가 특별한 이들을 뽑고 있었다.
유리도 그 속에 섞여 있었지만, 꿈속에서조차 스스로 중얼거렸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때 등에 업혀 있던 아기를 앞으로 안자,
아이가 갑자기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끝없이 쏟아져 내리는 오줌은 큰 대야 한 가득 차고도 넘쳐났다.
맑고 투명하여, 마치 물처럼 반짝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유리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신라시대의 설화에 의하면,
언니 보희는 꿈에서 자기의 오줌이 신라 온 땅을 덮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꿈을 길몽이라 하였고,
훗날 나라의 큰 인물이 태어날 징조라 해석했다.
하지만 보희는 그 꿈을 동생 문희에게 양보하였다.
비단 치마 한 벌과 바꿔치기한 그 꿈은,
결국 문희의 아들 **김춘추(태종 무열왕)**를 낳는 태몽이 되었다.
유리의 마음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바로 성경 속 에서와 야곱의 팥죽 이야기였다.
배고픈 에서는 눈앞의 팥죽 한 그릇을 얻기 위해 장자의 명분을 내어주었고,
그 작은 거래 속에서 축복의 계승자가 바뀌었다.
작은 선택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유리는 생각했다.
“특별함은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특별하게 여겨 줄 때 더 빛나는 것이 아닐까.”
문희가 언니의 꿈을 얻어 왕비가 되었듯이,
나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함께 빛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하늘은 흐리지만,
그런 꿈을 꾼 탓인지 오늘 유리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밝았다.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