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힘은 처음부터 전장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거리에서 시작되었다. 동쪽의 대서양과 서쪽의 태평양은 단순한 물의 경계가 아니었다. 그 바다는 시간이었다. 전쟁이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결정을 미룰 수 있는 시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위에 놓여 있었다. 미국의 평화는 선언이나 이상이 아니라, 지리가 허락한 조건이었다. 유럽이 국경을 따라 싸우고, 아시아가 대륙의 통로에서 충돌할 때, 미국은 전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쟁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의 결과였다. 이 거리는 미국을 고립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축적의 기회를 주었다. 산업과 제도, 군사력은 전쟁의 공백 속에서 자랐다.
1. 전쟁을 미루는 방패에서 전쟁으로 보내는 길
대서양과 태평양은 오랫동안 미국의 방패였다. 이 바다는 침략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침략의 비용을 크게 높였다. 유럽의 전쟁은 바다 건너의 소식이었고, 미국은 필요할 때만 개입할 수 있었다. 이것이 고립주의가 가능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1941년 12월, 태평양의 진주만이 공격받았다. 일본은 하와이를 타격함으로써 미국의 해상 전초기지를 무력화하려 했다. 이 사건은 미국 역사에서 드물게 지리가 직접 깨진 순간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전환점이었다. 바다는 더 이상 전쟁을 미루는 장벽이 아니었고, 미국은 태평양을 건너 전쟁에 들어갔다.
태평양 전쟁에서 바다는 전장이 되었다. 섬과 섬 사이의 거리, 항로의 길이, 보급의 안정성이 전쟁의 속도를 결정했다. 항공모함 중심의 해군력은 섬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갔다. 이 전쟁은 바다가 방패이자 가장 넓은 공격로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 전쟁을 겪지 않은 대륙과 영토의 확장
미국 대륙의 내부는 유럽과 달랐다. 애팔래치아와 로키산맥은 국경을 가르지 않았고, 국가를 쪼개지 않았다. 산맥은 방어선이 아니라 이동의 축이었고, 평야는 전장이 아니라 생산의 공간이었다. 이 지형 덕분에 미국은 국경을 둘러싼 반복적인 전쟁을 겪지 않았다.
19세기 미국의 영토 확장은 이 지리 위에서 진행되었다. 루이지애나 매입(1803년)은 미시시피 강 유역과 광대한 내륙을 한 번에 연결했고, 이는 대규모 전쟁 없이 이루어진 전략적 확장이었다. 이후 서부로의 팽창은 정복 전쟁이라기보다 통로를 확보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1846~1848년 멕시코와의 전쟁은 남서부 영토를 확정 지었고, 대륙의 형태를 완성했다. 이 전쟁은 멕시코로부터 독립한 텍사스 공화국의 미국 합병(1845년)이 주요 원인이었다. 멕시코는 텍사스 합병을 자국 영토에 대한 침탈로 간주했으며, 특히 텍사스 남부의 누에세스강과 리오그란데강 사이의 국경선을 둘러싼 분쟁이 전쟁을 촉발시켰습니다.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멕시코는 텍사스에 대한 소유권을 공식 인정하고, 현재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일부를 포함하는 방대한 영토(멕시코 전체 영토의 절반 가량)를 미국에 할양했다. 그리고 미국은 그 대가로 멕시코에 1,50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이러한 확장은 미국의 군사 문화를 규정했다. 방어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던 국가는 기동과 도달에 집중했다. 미국의 군대는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먼 곳에 도달하는 군대가 되었다. 지리는 전쟁을 피하게 했고, 동시에 원정을 가능하게 했다.
3. 전쟁을 떠받친 보이지 않는 승부처
미시시피 강과 그 지류는 미국을 하나의 공간으로 묶었다. 이 강들은 자연의 선이 아니라, 경제와 군사의 동맥이었다. 남북전쟁(1861~1865)에서 전투는 여러 지역에서 벌어졌지만, 전쟁을 지속하게 한 것은 강과 철도였다.
북부는 내륙 수송망을 유지하며 병력과 군수품을 안정적으로 이동시켰고, 산업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남부는 이를 차단하지 못했다. 전쟁의 결과는 전투의 용맹보다 물류의 안정성에서 갈렸다. 이 전쟁은 미국에 중요한 사실을 남겼다. 국토가 유지되면, 국가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리는 전쟁을 치르게 했고, 동시에 평화를 가능하게 했다.
4. 전쟁을 끝내는 힘, 하늘과 우주
20세기 후반, 전쟁의 지리는 하늘로 이동했다. 걸프전(1991)에서 사막은 숨을 곳이 없었다. 제공권을 장악한 쪽이 전쟁의 시간을 결정했다. 정밀유도무기와 공중 지휘 체계는 지상 전투를 짧게 만들었고, 전쟁은 본격적인 지상 충돌 이전에 사실상 끝났다.
이후 미국은 하늘을 넘어 우주를 전략 공간으로 확장했다. 위성과 정보자산, GPS와 통신망은 전쟁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한계를 드러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공중 우세와 기술적 압도는 초기 승리를 보장했지만,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산악과 내륙, 보급의 거리와 지역 사회의 구조는 하늘의 힘만으로 통제되지 않았다.
이 경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공중과 우주는 전쟁을 끝낼 수는 있지만, 평화를 대신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리는 다시 한번 인간의 선택을 요구했다.
5. 미국은 어떤 전쟁과 평화를 맞이할 것인가
미국의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 두 개의 대양과 하나의 대륙, 풍부한 자원과 깊은 내륙. 그러나 지리가 만들어낼 전쟁과 평화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전쟁의 공간은 바다와 하늘을 넘어 사이버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거리는 줄었고, 시간은 압축되었다.
미래의 전쟁은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해저 케이블, 위성, 항로와 에너지 흐름이 새로운 전장이 된다. 미국의 지리는 여전히 방어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세계 질서의 유지라는 부담을 안긴다. 평화는 고립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연결된 세계에서 평화는 관리되어야 한다.
이 지리는 미국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힘을 투사하는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지리를 활용해 안정과 균형을 설계할 것인가. 바다는 여전히 방패이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의 동맥이다. 하늘과 우주는 통제의 공간이지만, 충돌의 위험도 품고 있다.
6. 지리는 답이 아니라 조건이다
미국의 전쟁과 평화는 지리가 만든 가능성 위에서 전개되었다. 바다는 전쟁을 늦추었고, 대륙은 평화를 지탱했다. 그러나 지리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지를 제공할 뿐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그 선택지를 활용해 왔다. 전쟁을 멀리 보낼 수도 있었고, 전쟁을 세계로 확장할 수도 있었다. 지리는 전쟁을 만들었고, 지리는 평화를 찾게 했다. 이 두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나라도 오래갈 수 없다. 미국의 역사는 그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