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국가별 지리가 만든 전쟁과 평화를 찾는 여정의 시작
유럽은 세계에서 작은 대륙 중 하나이다. 그 면적은 약 1053만 ㎢ 로 아시아에 비해 훨씬 작다. 하지만 유럽에는 40여 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국가 분포를 보여준다. 가장 넓은 나라 러시아와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이 공존한다. 그러나 이 작고 복잡한 대륙은 단 한 번도 완전히 통일된 적이 없다. 로마 제국은 지중해를 품은 제국이었지만 유럽 전체를 아우르지 못했고, 나폴레옹과 히틀러조차 유럽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했다. 그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리였다.
유럽은 독립된 국가를 만들기 쉬운 지리을 갖고 있다. 해안선은 굴곡이 심하고 만과 반도가 많아 침입에 대비하기 좋고, 동시에 항구가 많아서 교역에도 유리하다. 이베리아, 이탈리아, 발칸, 크림, 스칸디나비아 등 수많은 반도는 지역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했고, 이는 결국 강력한 소국들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섬나라 영국은 이러한 방어적 지형을 극대화한 사례다.
내륙에는 거대한 산맥들이 뚜렷한 경계를 만들었다. 피레네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갈랐고, 알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구분했다. 카르파티아는 발칸의 작은 나라들을 낳았고, 우랄산맥과 코카서스는 유럽을 다른 문명으로부터 분리시켰다. 이러한 장벽은 침공을 어렵게 했고, 내부 분열을 자연스럽게 했다.
유럽에는 나일강이나 황하처럼 한 문명을 이끈 강은 없지만 루아르(Loire), 라인(Rhine), 엘베(Elbe), 다뉴브(Danube), 볼가(Volga) 같은 강들이 풍부하게 분포해 있다. 이 강들은 지역 문명을 지탱하며 국가 형성을 가능하게 했고, 때로는 국경이자 전쟁의 경계선이 되었다.
이러한 지형적 조건은 민족과 언어, 문화의 다양성을 낳았다. 게르만, 라틴, 슬라브 민족은 각기 다른 세계관과 전통을 지녔고, 종교적 갈등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 결과 유럽은 끝없는 전쟁과 불안정한 평화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지형이 평화를 설계하는 역할도 했다. 더는 넘을 수 없는 산맥과 강은 국경이 되었고, 바다는 교류의 길이 되었다.
유럽연합의 등장은 그러한 지리적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였다. 고속철과 공동시장, 자유로운 이동은 산과 강으로 나뉘었던 유럽을 다시 엮고 있다. 물론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리를 넘어서려는 의지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지리가 만든 전쟁과 평화"의 첫 번째 여정으로 유럽의 지리적 특성이 어떻게 전쟁과 평화를 설계해 왔는지, 그리고 각 나라별로 그것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해안선, 산맥, 강줄기, 반도와 섬 그 모든 지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전쟁의 방아쇠이자 평화의 밑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