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남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수다쟁이도 나름 매력 있지 않나요? 의외성이랄까 희소가치랄까. 아니 이쪽에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도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는 그런 장점도 있고요. 없진 않아요. 수요가.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다니까요? 제가 아는 여자 이야기인데요, 들어보실래요? 그 여자가 수다쟁이 남자한테 푹 빠졌었거든요. 말이 많은 점도 매력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말이 많은 남자였대요. 별 쓸데없는 것까지 다 얘기하는 가벼운 남자. 절대 비밀 따윈 지키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남자였대요. 왜 그런 말 있죠? 물에 빠져도 혀만 둥둥 뜰 것 같다는 말. 아닌가? 입인가? 하여간 뭐든 뜨나 보죠. 가끔 그 남자가 혼자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런 말이 떠올랐다나 봐요. 그래서 언젠가는, 진짜로 물에 빠뜨려 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대요. 물론 실천하진 않았지만요.
그래도 즐거웠대요. 그 남자의 쓸데없는 이야기, 혹은 엄청난 직장 비밀, 누구와 누구의 불륜 이야기, 마트에서 참치캔을 슬쩍했던 이야기 등등 내용은 상관없었대요. 뭐든 말하고 있는 걸 듣는 게 즐거웠으니까요. 그 남자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뭐든 말하는 게 즐거웠을 뿐이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을걸요. 그래서였을 거예요. 애인에게 자기가 바람피운 이야기를 신나게 떠든 건. 심지어 그건 여자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 여자도 그때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나 보죠? 화를 내고, 소리치고, 따귀도 때렸지만, 그 남자는 여자의 기분 따윈 전혀 관심이 없었는지 아주 신이 나서 수다를 떨 뿐이었죠. 도저히 말을 멈추지 않았나 봐요. 여자가 남자의 목을 자르는 그 순간까지도요.
켁켁, 아이고, 이거 진짜야? 아니지? 장난이지? 웩, 켁, 푸컥, 콜록콜록.
하지만 남자의 몸뚱이와 머리는 결국 영원한 작별을 했고, 여자는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넋이 나가서 피바다가 된 바닥에 주저앉았죠. 멍한 눈으로. 멍한 정신으로. 거의 만 하루를 그렇게 앉아 있었을 거예요.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여자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