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갈아입고, 샤워하고, 철물점에서 공구를 사왔어요. 물론 현금으로요. 그리고 남자의 시체를 욕실로 끌고 들어갔죠. 최대한 자르고, 발라내고, 끄집어내고, 잘게 잘게 썰어서 변기에 내릴 수 있는 것들은 내리고, 남은 것들은 욕조 안에 집어넣고, 오븐 클리너를 쏟아부었어요. 그 작업이 다 끝난 후엔 욕실 문을 닫고 나와 집을 청소했죠. 꼬박 이틀이 걸렸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놈의 머리가 말이죠,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는 거예요.
이런 각도에서 보니까 천장이 엄청 높아 보인다. 옛날에 내가 엄청 비싼 호텔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거든? 거기가 진짜 천장이 높았어. 위에 샹들리에도 있었고. 저기다 샹들리에 달면 딱 좋겠다. 빨간 벽지 바르고 핑크 골드로 도금한 샹들리에 걸고 그 밑에서 와인 마시면 죽여줄 거 같은데. 와인이라고 하니까 말이지, 내 친구 중에 부르고뉴에 어학연수 다녀온 애가 있거든. 거기가 사실은 원래 엄청 깡촌….
그런 이야기를 재잘거리고 있었죠. 사실은 꿈이 아니었을까. 남자를 죽였다는 건 착각 아니었을까. 사실은 이 밑에 몸이 있는 게 아닐까. 여자는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머리를 번쩍 들어 절단면을 보았어요. 이미 지혈이 다 되어 있었죠. 여자는 머리를 들고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남자의 눈은 여자의 눈을 마주 보며 웃고 있었죠. 어쩌지. 이걸 어쩌지. 여자는 그것을 바닥에 두고 쭈그려 앉아서 계속 눈을 바라보았죠. 오랫동안 그러고 있는 사이, 괴이함과 불쾌감, 위화감 같은 부정적 감정은 옅어지고, 익숙함과 그리움, 그리고 마음을 간지럽히는 따뜻함이 더 진해졌죠. 여자는 그렇게 남자의 머리 곁에 앉아서 귀를 간지럽히는 끝없는 수다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날부터 잘린 머리와의 생활이 시작됐죠.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침대맡에 두고 생활했어요. 낮에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남자의 남은 몸뚱이를 썰고, 잘 때는 남자의 수다를 들으며 잠이 들었죠. ASMR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처음에는 남자의 머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지만, 일주일 정도 하다 보니 익숙해졌죠. 남자는 쉬지 않고 말했기 때문에 혀가 빨리 말랐어요. 하루에 세 번 정도는 물을 주어야 했죠. 절단부에는 가끔 벌레가 꼬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아래쪽을 살피고 닦아주어야 했어요. 워낙에 칠칠맞은 남자라, 벌레가 자기 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수다에만 열중하곤 했으니까요. 아침에는 눈곱이 끼니까 눈을 닦아주어야 해요. 그리고 머리카락을 감기고, 세수를 시켰죠. 목 아래쪽에는 새살이 빨리 돋도록 매일 연고를 바르고 소독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집에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결국은 밖에 나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