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와 춤을 (3)

by 허아른

그래서 여자는 AI 스피커와 강아지 급수기 따위를 샀어요. 남자의 머리는 로봇청소기 위에 고정해 놓았죠. 여자가 집에 없어도 물을 보충하고, 필요하다면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그러고 나서의 하루하루는 정말 즐거웠어요. 여자는 차로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남자의 수다를 들었죠. 긴 출근길이 너무나 즐거웠어요. 집에 돌아오면 깨끗하게 청소된 방 안에서 로봇청소기에 탄 머리가 재잘거리며 배웅을 나왔죠. 가끔은 날씨 좋은 밖으로 혼자 나가서 풍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머리에게 보내주었어요. 그러면 그 머리는 또 재잘거리며 끝없는 수다를 떨었죠. 여자는 행복했어요. 머리를 자르길 잘했어.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눈물을 흘릴 정도로요. 저기, 듣고 있는 거 맞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 말이지?”


여자는 거품을 물고 대자로 쓰러져 있는 낯선 남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끄덕일 고개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에 로봇청소기에 타고 앞뒤로 두 번 움직였어요. 그러고 나선, 남자가 흘린 오줌을 열심히 닦으며 이야기했죠.


응응, 이야기하다 보니까 신이 나서 말이야. 기절한 줄도 모르고 계속 이야기했지 뭐람. 손님이 온 건 오랜만이라 텐션이 막 올라가더라고.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손님이 아닐지도 몰라. 그도 그럴 게 저 남자 창문을 따고 들어왔거든. 빈집털이나 뭐 그런 거 아닐까? 빈집털이라니 그런 게 아직도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부다페스트에 유학 갔던 친구가 말이야. 집에서 나가다가 잊은 게 있어서 돌아갔는데 빈집털이랑 딱 마주친 거야. 알고 있어? 부다페스트가 유럽 최초로 지하철이 들어선 도시라는 거. 물론 영국까지 포함하면 두 번째지만…. 아 참, 내 정신 좀 봐. 빈집털이랬지? 경찰에 신고해 줄까?


“아니야. 신고는 못 해. 널 봤잖아.”


여자는 한숨을 푹 쉬고는 기절한 남자를 질질 끌고 욕실로 갔어요. 잠시 후 끼릭끼릭, 탁탁, 드륵드륵 하는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죠. 여자는 그 후로 며칠간 휴가를 썼어요. 낮에는 저와 이야기하고 밤에는 제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죠. 화장실에 들어간 남자는 그 후로 도통 나오지 않았어요. 변비였을까요? 그게 벌써 일 년 전이거든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덥죠? 손님이 왔는데 에어컨 정도는 틀었어야 하는데. 요즘 전기세가 많이 올라서 평소엔 꺼두거든요. 저기요? 듣고 계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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