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잤어? 뭐 해? 오늘은 어디 안 가?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예전에도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었지만 근 몇 년간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하루 한번 이상은 꼭 하는 것 같다. 통화 내용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해온 습관 같은 거라 오히려 안 하면 해야 할 일은 안 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할머니, 이모, 친구들과 통화를 자주 했던 것 같다. 나는 아이였음에도 아침 일찍 가게에 출근하면 저녁때까지 한 곳에서 일만 하니 엄마에겐 전화 통화가 중요한 소통 창구임을 알 수 있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과 겨울이 시작되는 사소한 내용부터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전해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역할을 내가 해야지 생각한 것이. 그리고 그 생각이 오늘 아침 통화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엄마는 할머니와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하던 습관 때문인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곧 잘 통화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정신이 차려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고 한다. 매일 통화하던 사람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다니... 어떤 기분일까. 가끔은 매일 아침 아픈 곳은 없는지 안부를 묻고 오늘 하루를 잘 보내라는 인사를 건내는 것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랑 매일 통화를 한다고?
나는 당연히도 딸들은 (어쩌면 조금 사근한 아들도) 엄마와 자주 통화를 할 거라 생각했다. 속마음을 편하게 말할 수 있고, 조언에 가까운 말들을 잘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 한 명 더 꼽으라면 여동생 정도?) 어느 날(친구와 약속을 하고 만나기로 한 날) 엄마와 통화를 하며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마침 친구도 비슷하게 도착해 통화 소리를 조금 듣게 되었다.
누구야?
엄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했지. 원래 아침마다 통화해서.
응? 무슨 일이 없는데 매일 통화를 한다고?
응. 너는 안 해?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하는데?
처음 알았다. 내가 엄마랑 (동생이랑) 통화를 꽤나 자주 한다는 것을. 길게는 아니어도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랬어 또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계획을 알려주고 가끔은 과거의 일을 함께 떠올리기도 한다. 엄마의 소통창구인 전화 통화를 나도 꽤나 잘 쓰고 있었다. 앞으로도 언제고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다. 별 싱겁지도 않은 농담부터 기쁜 이야기 슬픈 이야기 그게 무엇이 되었든 오래오래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