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아빠가 나오는 꿈

by 하린

나는 아빠의 꿈을 자주 꾸지는 않는다.

스물여덟 해가 지났고,

그동안 기억나는 아빠 꿈은 두세 번뿐이다.


그중 단 하나,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꿈이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난 뒤,

처음 꾼 아빠 꿈이었다.


그날, 아빠는 한옥집으로 돌아오셨다.

이상하게도, 아빠가 나오는 꿈은 늘 옛날 그 집이다.

이미 철거된 지 오래된 집인데,

아빠는 항상 그곳에 계셨다.


꿈속에서 아빠는 죽지 않았다.

드라마처럼, 사고가 났던 대구 서재 쪽 어디에서

어떤 시골 할머니에게 발견돼

기억을 잃은 채 십 년 넘게 살아오셨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번뜩 기억이 돌아와

우리에게 돌아오셨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었다.

현실에선 아빠가 양옥집이 지어진 뒤에 돌아가셨고,

한옥집은 그보다 훨씬 전에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하나도 늙지 않고

돌아가실 무렵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빠는 그 집으로 돌아오셨다.


나는 그게 너무 반가워

당장 안기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빠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까이 오지 않고, 무언가를 말했다.

나는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이제 나도 커서,

취직도 했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우리, 다시 행복하게 살자고.


그 순간

눈이 떠졌다.


핸드폰 알람 소리.

눈엔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고,

가슴은 미어질 듯 아팠다.


나는 아빠의 죽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너무 어렸고,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른들은 우리가 놀랄까 봐

아빠를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아빠의 사인을 알고 있지만,

죽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믿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꿈속에서 아빠는

여전히 살아 있다.

어딘가에 숨어서,

기억을 잃은 채

살고 있는 사람처럼.


엄마는 아빠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빠를 꿈에서조차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정말 아주 가끔,

아빠가 꿈에 나왔다.


그리고 그중 단 하나

나는 아직도 그날의 꿈을 기억한다.


지금 나는

어린 시절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다.

사람들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고 한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엄마에게도 작게나마 효도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아빠가 다시

내 꿈에 나와줄까?


영화 ‘국제시장’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버지,

나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그 말을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그때는,

아빠가 나를 안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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