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내 인생의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by 하린

LG 퇴사 후, 버티는 날들이 있었다.

매일 무기력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발전 없는 삶, 되감기처럼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저 살아내고 있었다.


주변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 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속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누군가,

그 누구도 곁에 없었다.


그때, 정말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이서.

이서는 늘 나를 배려했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서

끔찍한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


말로 다 꺼내기 힘든 일들이었다.

그 일은,

내 인생에 가장 깊고 날카로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 아직은

이야기할 수 없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낼 수 있는 날이 올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가 너무 두렵고,

지독하게 싫고,

그와 함께했던 시간은

그냥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다.


아직도 나는

그 시간을

치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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