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나는 대구로 내려갔다.
엄마와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내 퇴사가 못마땅했다.
“그 좋은 회사를 왜 때려쳤냐”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 말들이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얼마나 망가졌는지,
어떤 마음으로 도망치듯 나왔는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는 대신,
나는 콜센터에 다녔다.
그리고 퇴근 후엔
미용학원에 다녔다.
메이크업 자격증을 땄다.
그건 작은 성취였지만
내가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해낸 첫 시작이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엄마와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었다.
그 무렵,
서울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처음엔 친구 이서의 집에 얹혀 살았다.
그러다 독립을 했다.
작은 방, 작은 침대, 작은 냄비 하나.
그게 내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버티는 삶을 살았다.
그 시절 나는
사회 속에 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절반쯤은 밖에 나와 있는 사람,
반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다.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고,
세상을 살아는 갔지만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성장도, 발전도 없다고 느꼈지만
되돌아보면
그 시간은 분명히 살아낸 시간이었다.
일하고, 월세 내고, 밥을 먹고,
때로는 여행도 가고,
집 안에 조금씩 살림이 늘어나고,
여름이면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겨울이면 따뜻하게 전기장판을 펴고 잤다.
매달 고단했지만, 나는 다시 일어났고
다음 달을 또 살아냈다.
그게 반복이었다.
10년 가까이.
버텼다는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가만히 있던 게 아니라,
한 칸씩, 작게라도 앞으로 갔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