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기이지동치)

by 하린

서준이가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우리는 아빠 가게를 갈 때마다 범어동에 있는 기아자동차 앞을 지나쳤다.

그 건물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아자동차’였지만

간판이 낡아서, ‘기이지동치’처럼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자세한 글자는 기억 안 나지만,

딱 봐도 무언가 빠진 간판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글이 완성되지 않았던 서준이는

그 간판을 볼 때마다 더듬더듬 하지만 자신 있게 말했다.


“기이지동치다!”


아무도 그걸 고쳐주지 않았다.

너무 웃겨서, 그리고 너무 서준이 같아서.


그날 이후로

그 간판은 우리 가족에겐 영원히 “기이지동치”였다.


지금은 간판도 바뀌고,

KIA라고 영어로 쓰여 있지만


엄마는 서준이 차를 타고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창밖 간판을 슬쩍 가리키며 말한다.


“서준아 바라~ 기이지동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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