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그리고 나는, 두 번째로 사라졌다

by 하린

그렇게,

버티는 삶은 계속되었다.


주위엔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잘 지내는 친구들도 있었고,

잘 따라주는 후배들도 있었고.

그 친구들이

내 힘듦을 조금씩 덜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외로웠다.


그때 나는

아무도 없는 외딴섬에,

무인도에 나 혼자 갇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은 곁에 있어도,

내 마음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또 사고를 쳤다.


힘들었겠지.

한 번이 어려운 거지,

두 번째는 쉽다고 하잖아.


버티다가,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

나는 다시 무단결근을 했다.


회사에… 정이 떨어졌었다.

갑작스러웠고, 충동적이었다.

그래서 그냥,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 무단결근을 한 지 딱 1년 만인

2012년 1월 19일,

나는 회사와 인연을 끊게 되었다.


퇴사를 할 때,

인사팀에서 상담을 받는다.


그들은 이런 걸 물어봤다.

“혹시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나요?”

“업무적으로 너무 힘들었나요?”

“환경이 불편했나요?”


아마 사원들의 고충을 듣고

무언가를 개선해보려는 절차였겠지.


하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구의 탓도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를 지목하고, 누구를 원망하고…

그렇게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날,

회사를 떠나는 나에게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다.


잘 지내라고, 감사했다고—

그런 뻔한 인사를.


나는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돌아섰다.


물론 나랑 좋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그 추억이 더 미웠다.

그래서,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까지였다.


나는 안녕조차 안 하고, 그냥 사라졌다.

keyword
이전 05화55. 그날, 나는 월롱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