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디자인사 #11. 모더니즘(Modernism)
20세기 초, 세계는 전쟁과 산업혁명, 새로운 기술들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말 대신 자동차가 달리고, 전등이 가스를 대신하며, 철과 유리가 도시의 풍경을 바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예술과 디자인도 과거의 양식에 안주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 이것이 모더니즘의 출발점이었다.
19세기 말까지 건축과 공예에는 복잡한 장식이 가득했다. 고딕풍 기둥, 바로크식 곡선, 꽃무늬 장식이 대세였다. 하지만 전화기, 전차, 철도 같은 새로운 기술과 나란히 놓였을 때, 이런 장식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옷'처럼 보였다.
모더니즘 디자이너들은 물었다. “왜 우리는 새 시대를 옛 장식으로 덮어야 하는가?” 그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장식 없는 형태, 기능에 충실한 구조.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남긴 이 문장은 모더니즘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건물의 겉모습은 장식이 아니라 쓰임새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창문은 빛을 들이는 방식에 맞게 단순해지고, 의자는 앉기 편리하게 가벼워졌으며, 글자체도 읽기 쉽게 직선으로 정리됐다. 모더니즘은 ‘멋’보다 ‘필요’를 앞세운 디자인이었다.
모더니즘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었다. 대량생산 시대, 누구나 합리적이고 잘 설계된 물건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그래서 바우하우스의 의자와 건물, 르 코르뷔지에의 주택, 몬드리안의 회화는 모두 “새로운 삶의 질서”를 제안하는 도구였다. 그것은 부자들의 장식품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생활의 디자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모던하다'는 표현도 사실 이 모더니즘(Modernism)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롭고 세련된 것을 가리키는 일상어 속에, 당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는 신념이 남아 있는 셈이다.
모더니즘의 시대정신은 하나로 요약된다. “새로운 세계에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새로운 재료(철·유리·콘크리트), 새로운 기술(기계·전기·자동화), 새로운 사회(도시와 민주주의)가 출현했는데, 디자인만 옛날의 장식에 머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새로움'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새로움을 거부하는 것은 곧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었다.
'새로움'은 모더니즘 이후 디자인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새롭다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새로움은 언제나 질문이었다.
“지금의 삶에 꼭 맞는 형태는 무엇인가?”
“이 시대의 재료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모더니즘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디자인이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