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투어에서 다시 마주한 나의 세계
인트로
나의 첫 세계여행은 포스트 코로나 직후였다.
세상이 다시 열리던 그때, 나는 맨몸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보다 강했던 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그 여행에서 나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두려움을 눌러가며,
멈추지 않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또 다른 나로 이 길 위에 선다.
이번엔 통역사로, 여행 가이드로, 그리고 작가로서
다시 캐나다와 알래스카를 향한다.
나는 **VVIP 투어**,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여정’이라 불리던 그 항해에 올랐다.
공항의 불빛이 천천히 뒤로 흐를 때,
나는 계좌가 아닌 **심장**을 확인했다.
이번엔 도망이 아니라 **도전**이었다.
밴쿠버의 첫 공기는 젖은 삼나무 냄새가 났다.
비는 가늘었고, 바다는 낮은 숨을 쉬었다.
나는 통역사로, 가이드로, 그리고 기록자로
사람들을 이끌면서도 한 발 뒤에서 그들의 표정을 보았다.
샴페인 잔 너머로 반짝이는 건 크리스털이 아니라 **눈동자**였다.
먼 대륙을 건너와 오래 기다린 장면 앞에서
사람들은 거짓말을 못 했다.
기쁨은 손등에 먼저 앉았다.
로키 마운티니어의 창밖으로 산줄기가 흘렀다.
유리창에 이쪽과 저쪽의 시간이 겹쳐 앉을 때,
나는 알았다.
**럭셔리란 장식이 아니라 ‘속도’**라는 것을.
급하게 소비하지 않고, 천천히 통과시키는 힘.
황금빛 저녁이 협곡의 벽을 타고 이동할 때,
우리의 대화도 느리게 익어갔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새벽.
창을 열면 얼음빛 호수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백 년의 벽돌이 지켜온 침묵 안에서,
나는 한 장의 오래된 엽서를 꺼내듯
내 마음의 낙서를 읽었다.
“살아남기 위해 떠났던 날들,
이제는 **살기 위해** 다시 떠난다.”
실버시 크루즈의 갑판 위에 서면,
빙하는 스스로의 시간을 밀어 올렸다.
하얀 산의 주름을 따라
지난 세월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고래가 물을 뿜어 올리면,
커튼 뒤에서 누군가 숨을 핀 듯
짧은 탄성이 바람 속에 흩어졌다.
그 장면에서 가장 값비싼 건,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VVIP 투어의 진짜 의미는 **대접받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보는 여행**이었다.
화려함보다 **인간의 온도**,
느리게 걷는 걸음,
누군가의 어깨에 가볍게 얹히는 손,
“괜찮아요”라는 미세한 떨림,
침묵 끝에 찾아오는 미소의 체온.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숫자로는 가늠되지 않는 장면들,
계좌에 찍히지 않는 빛의 무게를.
내가 먼저 본 세계를, **당신에게** 건네기 위해.
이 여정은 남이 짜준 패키지가 아니다.
오래 생각해 그려온, 나만의 길.
빠르게 소비하지 않고, 깊이 살아보기로 한 약속.
나는 통역사이자 가이드이며,
끝내 작가로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