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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마운티니어: 시간 위를 달리는 전설

자연과 함께 하는 10일 여정

by 헬로 보이저
밴쿠버 로키 마운티니어 스테이션


우리에게 인사하는 로키 마운티니아 직원 프레이저 강

프레지아 강

톰슨강


**시간 위를 달리는 전설**


캐나다에서 선택한 첫 여정은

**로키 마운티니어(Rocky Mountaineer)**.


나의 평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감히 상상으로만 그릴 수 있었던 **꿈의 기차**를

드디어 내가 타고 가는 것이다.


우리의 여정은 그전날,

페어몬트 임프레스 호텔에서의 하룻밤으로부터 시작됐다.

전날 밴쿠버를 25,000보 넘게 걸으며 투어를 하고도

설레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이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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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마운티니어 여정의 첫날.

호텔 앞으로 새벽 6시 반,

우리를 데리러 온 코치를 타고 20분쯤 달리자

밴쿠버 외곽의 로키 마운티니어 전용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수십 대의 버스가 역 앞에 줄지어 있었고,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플랫폼 안으로 들어섰다.


웰컴 파티가 열렸다.

따뜻한 차와 커피,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환한 미소로

로키 마운티니어의 역사와

우리를 기다리는 이 여정의 의미를 소개했다.


잠시 후,

플랫폼에 깔린 붉은 카펫 위로 우리가 나아갔다.

기차의 첫 칸이 보이고,

그 옆에 선 승무원이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의 흔적이 선명한 철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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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마운티니어는 단순한 기차가 아니었다.

**캐나다의 심장부를 관통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이었다.


1980년대 후반, 캐나다 국영 철도였던 VIA Rail은

낮 동안만 달리는 특별한 관광열차를 만들었다.

낮의 햇살 속에서만 산맥과 강, 협곡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그 노선이 바로 오늘의 로키 마운티니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국영의 틀 안에서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0년, 한 민간 기업이 그 노선을 인수하며

이 열차는 새로운 이름과 생명을 얻었다.


— **Rocky Mountaineer.**

그 순간부터 이 열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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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경험 위에 몸을 얹는다.

**밴쿠버를 출발해 캘거리까지, 왕복 10일의 여정.**

로키 산맥의 초입에서 시작해

캠루프스, 재스퍼, 밴프, 그리고 황금빛 협곡을 지나

다시 태평양의 도시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탑승한 것은 **골드리프 클래스(GoldLeaf Service)**.

2층 돔형 유리 객차,

상층은 끝없이 트인 전망실,

하층은 창밖의 풍경을 미각으로 옮겨 담는 식당.

열차가 달리는 동안,

하늘은 창문이 되고, 구름은 천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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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번 놀랐다.

하루에 백만 원이 넘는 이 럭셔리 열차가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다는 불편함이 두려웠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그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있으라는 초대장이었다.**


로키 마운티니어는 모든 연결을 끊고,

오직 창밖의 세상과만 이어준다.

화면 대신 숲의 숨결로,

알림음 대신 바람의 속삭임으로.


그 10일 동안,

우리는 세상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게 이 열차가 주는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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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안에서 하루 두 번 식사를 하고,

산맥의 그늘과 강의 굽이 사이로 천천히 이동했다.

시속 50km 남짓한 느린 속도.

그러나 그 느림 덕분에

모든 풍경이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머무는 기억’이 된다.


이 여정은 단지 목적지에 닿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살아내는 일.**

그것이 로키 마운티니어의 진짜 목적이다.


눈 덮인 봉우리, 고요한 호수,

그리고 긴 선로 위에서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

그 안의 인간의 온도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조용히 배워가고 있었다.


시스코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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