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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의 손 - '아버지의 삶'

풍요, 신성, 정직

by 열음

무화과 잎사귀가 하늘 햇살 아래서

커다란 손바닥을 내민다.

푸른 온기를 머금은 손금은

굵고 또렷하다.

탐스러운 열매를 품에 안은 그 손의 힘줄은

핏발이 서듯 살아 있다.



푸른 힘줄 솟은 아버지의 손등은

어린 딸에게 언제나

우주를 지켜주는 별처럼

강렬하고 위대했다.


때론 외로워 울고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까슬한 손은

참 부드럽고 따스하여

작은 꿈들을 찾아주었다.

꽃이 보이지 않는 열매

그 안에는

생명이 터질 듯

비밀의 씨앗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꽃이 피어난다.

나도 그렇게 피어났다.


뜨거운 햇살을 마주한 커다란 잎

선선한 그늘을 내려주며


가끔 지칠 때,

소주 한잔과 눈물로

사춘기 딸에게 고백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생명의 씨앗처럼

소녀의 가슴속에 심겨

조금씩 자라나며

나도 혼자가 아님을 알게 했다.



교단에서 분필을 쥔 오른손에는

가르침을 향한 교육자의

소명이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온전히 쏠린 가장의 무게를 홀로

버티어 내었다.




까슬한 피부

굵은 손금

살아있는 힘줄

그 손으로

할머니를

동생들을

자식들을


그리고 지금은

아픈 엄마와 장애가 있는 언니를

품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 깊은 곳에

사랑과 희생을 간직한

아버지의 손


그 손은

무화과 잎을 닮았다.


아버지의 자서전이

전국 국립장애인도서관 및 유관기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https://naver.me/xVGTIa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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