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써도 90%는 SKY, 의대 못 간다(2)

- 한글떼기는 자연스러운 책 읽어주기의 흐름

by 이채이

워킹맘이라는 이름도, 엄마라는 역할도 모두 처음이었다. 낯설고 어렵지만, 매 순간 진심이었다.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돈으로만 해결하는 육아가 아닌, 내 방식대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향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육아서부터 교육서, 영어교육 관련 도서까지 약 100여 권의 책을 읽으며 나만의 길을 더듬어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육아에 대한 정보와 지혜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하지만 워킹맘인 나에겐 실천하기 어려운 공동육아부터, 따라가기조차 숨 가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내가 지속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속할 수 없다면, 그건 내게 맞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과감히 버렸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내가 찾아낸 교육의 기본 원칙은 단 하나였다.

- 아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엄마는 힘들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효과 좋은 교육법이라도 부모가 너무 힘들어서 지속할 수 없다면, 결국 사교육이라는 더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갈 수 있는 길, 그게 진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교육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머리가 개운해졌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나만의 항해를 시작할 수 있겠어.”


육아와 교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같은 여정이다. 오늘 하루 멋지게 해내고 지쳐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 지속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임을 기억하자. 그 프로젝트의 리더는 지금 바로 당신이다.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 자신을 돌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육아와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 긴 프로젝트는 천천히 자신만의 호흡으로 갈 수 있다.

그 과정은 고되고 힘든 싸움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아이의 의대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마침내 20년짜리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는 벅찬 성취감을 느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연재할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 방법이 이 글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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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한글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매일 책을 읽어주었다. 바쁜 날엔 10분, 여유가 있는 날엔 30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읽어주었다. 집 안 곳곳에 심심하면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을 준비해 두었고, 하루의 마무리는 언제나 책과 함께였다. 늘 책을 읽으며 잠들었고, 독서는 아이의 일상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문맥을 통해 뜻을 유추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별도로 ‘한글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책과의 친숙한 만남은 어느새 한글이라는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게 해 주었다.

책 속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고, 궁금한 문제의 실마리를 스스로 찾아냈다. 자신을 책벌레라고 인정하고, 책의 세계에서 즐겁게 성장했다. 초등학생 때에는 다양한 책을 실컷 읽고, 마음껏 상상하며 살아야 한다. 그 시절 읽은 책들이 향후 아이의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된다.

중국 명나라 사상가 이탁오(李卓吾)는 말했다.

"세계는 얼마나 좁으며,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이 말처럼, 책이 열어주는 세계는 한글 공부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강력하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한글 떼기에 대해 고민한다. 유아기에 한글을 떼고,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읽고 잘 쓰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이해한다. 그럴수록 서두르기보다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읽는 즐거움이 자리 잡으면, 한글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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