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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Nov 26. 2023

우울해서 빵 샀어

빵 이야기는 그만 합시다

아내의 테스트였다고 한다




“우울해서 빵 샀어.” 


온전한 이해 부족과 놀라움이다. 이해 부족은 왜 빵의 종류가 궁금해야 하는지이고, 놀라움은 궁금한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포용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다양성으로 점철된 글로벌 무한경쟁 세계를 살아내야 하니까.

  업무 회의 중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사람들이 인식하는 완결된 문장은 다르구나. 주어(나), 목적어(빵), 서술어(샀어), 완결. 부사어(우울해서)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우울해서 샀든 즐거워서 샀든 핵심은 네가 빵을 산 행위였다.

  무섭다. 팔뚝에 돋는 소름을 긁으며 생성형 AI에 같은 문장을 던져본다. 현시점 로봇 계에서 이분을 따라 올 자는 없으니까. 생태계 최고 권위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저는 당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때때로 작은 것들이라도 우리의 기분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빵을 산 것은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습니다. (중략)”     

  완벽한 대답이다. 더 무섭다. 먼 미래의 인간들은 다 이렇게 변할 것만 같다. 로봇들은 빵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빵, 빵, 망할 빵. 핵심은 빵이 아니잖아! 우울한 것을 알게 되었으면 안타깝지 물론. 그럼 왜 우울한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우울은 됐고 무슨 빵을 샀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자질. 돌이켜보니 일했던 세 회사가 공통적 요구하는 점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이랄까. 시대를 반영해 승진 시험 질문은 변화가 필요하다.


  아래 각 질문의 적절한 답은?

  1) 이 팀장님, 저 우울해서 빵 샀어요.

  2) 김 과장님, 저 즐거워서 빵 샀어요.


  F 만점자는 도무지 빵의 종류가 궁금하지 않다. 온전한 이해는 포기다. 문장을 꼭 머리로 이해하라는 법칙은 없다. 마음으로 느끼는 방법도 있다. 시대상과 어긋나 부귀영화는 못 누리겠지만 ‘나다움’은 잃고 싶지 않다. 

  창밖으로 올해 첫눈이 흩날린다. 몸도 마음도 추운 이때야말로 우리 부류의 주된 활동기다. 상대적으로 말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업무 대화 중 항상 하는 마지막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정답) 무슨 빵 샀어?(1, 2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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