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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Dec 03. 2023

관계, 키맨

키맨(핵심 인물)에 관한 단상

하물며 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데




“사람들 다 상대할 필요 없어. 키맨이 누군지 알아내서 네트워크 유지하면 돼.”

    

기계적 관점에서 옳은 말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핵심적인 정보와 자원을 가진 키맨과 관계를 형성할 것. 효율이 지배하는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이에게 필요한 전략이다.

  마음이 개운하지 않지만 전화번호 목록을 보며 키맨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 본다. 실패다. 어떻게 사람들을 무 자르듯 가를 수 있을까? 연락 빈도는 키맨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더 높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싶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 그 사람은 나를 키맨으로 생각할까? 그래서 명절마다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때 되면 술 한잔하자고 연락 오는 친구도 나를 키맨으로 생각하는 걸까? 

  F 만점자에게 도구적 관계는 입맛이 쓰다. 최소한의 온기도 없는 차가운 관계는 관계의 범주에 넣고 싶지 않다. 영혼 없는 문자 메시지에 영혼 없이 답변을 쓰는 일도 괴롭다. 기술 발전이 고마울 따름이다. 명절 인사, 연말연시 인사. 복사 붙여 넣기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 키맨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다른 키맨들을 찾아다니는 세상. 필요의, 필요에 의한, 필요를 위한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 차갑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며 각자의 인생에서 키맨일 텐데. 낭만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겨울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추위가 매섭다.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일. 앞에 앉은 사람이 키맨이든 아니든 무엇이 중요할까? 이 순간, 이 공간, 함께하는 이 사람이 삶의 빈자리를 이렇게 따뜻하게 채우고 있는데.


짧은 글의 더 짧은 에필로그     

팀장이 지겹게 키맨, 키맨 운운하길래 인터넷을 뒤져보니 구시대적인 개념인 듯하다. 가뜩이나 영어 남발도 싫은데 구닥다리 개념으로 자꾸 가르치려 드는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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