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무겁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좁은 공간에 물건이 가득해 답답한, 그런 느낌이다. 의심스럽게 냉장고를 선반을 창고를 차례차례 열어본다. 어김없이 물건이 가득하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비움의 날이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모를 물건. 냉동실에서 발굴되는 유물. 의문이다. 웬만하면 물건을 사지 않는데 비움의 날은 돌아온다. 어김없이.
필연의 결과다. 물건의, 물건에 의한, 물건을 위한 세계를 살고 있으니까. 물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삶이 물건에 지배당하고 있다.
집 안의 물건. 집 밖의 물건. 마트, 백화점, 각종 상점의 수많은 물건. 사람 수보다 많은 물건을 보면서 이들의 탄생을 생각한다. 욕망. 끊임없이 부푸는 욕망이 물건을 태어나게 한다. 자라나게 한다.
배부른 쓰레기봉투를 배출해낸 집은 산뜻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물건처럼 하루하루 삶의 무게도 쌓여간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삶의 무게도, 역시 욕망 때문일까. 더 잘하고자 하는 욕망. 더 얻으려는 욕망. 더 행복 하고자 하는 욕망.
산뜻한 삶을 위해. 마음속 서랍을 차례차례 열어본다. 켜켜이 쌓인 마음의 짐이 무겁게 삶은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혹여 그렇다면 비움의 날이 필요하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