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개기, 먼지 같은 성공하기, 자동이체 점검하기
퇴사를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책상 정리나 동료들과의 인사,
그동안의 서류 정리와
포트폴리오 정비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퇴사를 경험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정말 혼자가 된다.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모두 나 혼자다.
나 혼자 떠든다. 주변은 고요하다.
그렇게 고독과 외로움, 우울감이 차례로 찾아온다.
많은 직장인이 퇴사를 상상하며 버틴다.
여행도 가고, 웨이팅 없는 맛집도 다니고,
늦잠도 자며 마음껏 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좋았던 건 딱 4일이었다.
그 이후엔 막막함이 몰려왔다.
이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다가왔다.
이전 직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든,
새로운 곳에선 다시 초짜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 역시 그렇게 이직을 준비하며
자존감은 무너졌고,
무기력함과 우울함 속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퇴사 후 체크리스트’ 대신,
정말 현실에서 도움이 되었던 가장
먼저 해야 할 3가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① 아침에 이불 개기
퇴사를 하면 가장 먼저‘일상’이 무너진다.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퇴근하고,
씻고 자던 루틴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 남는 건 바로
‘내가 책임져야 하는 빈 시간’이다.
처음엔 자유로웠지만,
며칠 지나니 그 시간이 점점 무섭게 느껴졌다.
밥을 차리지 않으면 굶게 되고,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루틴부터 다시 만들었다.
이불 개기, 밥 먹기, 설거지, 창문 열기.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그런 단순한 리듬들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었다.
‘출근’ 대신 나는 ‘살림’을 시작해야 했다.
살림은 내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특히 아침에 이불을 개고 나면,
침대를 볼 때마다 깔끔한 느낌과
함께 마음이 조금 정리되었다.
아침엔 반드시 이불을 개라. 기분이 달라진다.
무기력함이 서서히 사라지고,
깔끔한 기분으로
상쾌한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② 먼지 같은 성공 쌓기
퇴사 후의 삶은 거창한 성과보다,
먼지처럼 작고 사소한 성공을 쌓는 일에서 시작된다.
책 한쪽 읽기, 1분 산책하기,
밥 차려 먹기, 설거지하기.
별것 아닌 행동 같지만, 나는
그 하나하나를 해낼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늘도 나, 성공했다.”
하루를 마칠 때, 내가 해낸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조용히 체크표시를 했다.
먼지는 작지만, 쌓이고 나면 바닥의 색을 바꾼다.
작은 성공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목표는 완벽을 요구하게 만들고,
결국 포기를 부른다.
그래서 오히려 ‘아주 작은 성공’부터
반복해야 한다.
작아 보여도 해냈다는 감각이 쌓이면,
그게 결국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③ 자동이체 점검하기
퇴사를 하면 가장 먼저 마주할 변화는
수입이 멈춘다는 사실이다.
매달 자동으로 들어오던
급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만큼 지출 하나하나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통장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혹시 지금도 빠져나가고 있는
불필요한 자동이체는 없는지,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가 남아 있진 않은지
하나하나 점검했다.
이건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정리 작업이었다.
모든 걸 줄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자체로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불확실한 시기에 지출을 점검하는 일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내 불안을 다스리는 일이기도 했다.
통장을 열어보는 일은 솔직히 스트레스를 줬지만,
내가 나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었다.
이 세 가지는 퇴사 후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아주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일들이었다.
거창한 계획이나 화려한 도전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하루를 유지하고,
나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힘이었다.
작고 단순해 보여도, 이 3가지가 퇴사 이후의
삶을 안정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었다.
지금 퇴사를 앞두고 있다면,
이 3가지부터 꼭 점검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