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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간, 나만 정지된 것 같은 날들을 버티는 방법

by 서른리셋

퇴사 후,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멈춘 기분이었다.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밤이 가장 어두운 순간, 새벽은 가까워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결국 끝났다.

그 정지된 시간, 내가 버텨낸 이야기를

지금 가장 힘든 당신에게 들려주려 한다.


이 세 가지는

돈 한 푼 안 들고,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 번째, ‘100번 쓰기’
퇴직 후 혼자 있으니까, 예전에 힘들었던 일들,

마음 아팠던 순간들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한 번 떠오르면

계속 이어서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는 결국 울면서 끝났고,

다음 날도 똑같았다.

나쁜 기분이 반복됐고,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100번 쓰기 챌린지’를 알게 됐다.

당시 내가 쓴 100번 쓰기

목표를 하루에 100번씩, 100일 동안 종이에 써보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에 단 하나라도 내가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낡은 공책을 꺼내 들고,

펜으로 첫 줄을 써봤다.
100번씩 쓸 목표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때는 이직이 급했고,

로고 디자인은 이직에 도움이 된다고만 들어본 정도였다.

뭐가 뭔지도 모르던 시기였다.
그래서 처음 내가 세운 목표는

‘1년 안에 로고를 200개 판매한다’였다.


그 당시엔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문장이었다.
하루에 100번씩 같은 문장을

100일 동안 반복해서 썼다.

신기하게도 부정적이고 사소한 감정들은 점점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이걸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남았다.
방향이 바뀌었다.

쓰고 또 쓰다 보니 마음이 붙들렸고,

행동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그 목표를 정말 해냈다.

200개가 아니라, 무려 300개의 디자인을 판매했다.



두 번째, 산책

산책은 5분이라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살기 위해 나갔다.

매일 누워 유튜브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짧은 쇼츠 동영상을 보면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나는 유튜브 검색창에 “우울할 때”를 검색했다.
영상 하나가 나왔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딱 5분만 산책해 보세요.”
말은 간단했지만 진짜 어려웠다.
낮에 직장 없이 혼자 걷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문 열 용기도 안 났다.
현관 앞에만 서 있다가 다시 들어온 날도 많았고,

그다음 날은 문만 열었다가 닫았다.
그렇게 며칠을 망설이다가 결국엔 밖으로 나갔다.
걷다가 울컥해서 울면서 걷었는데,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냥 자기 갈 길을 가기 바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울어도 세상은 아무 관심 없다는 걸,

생각보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처음엔 허무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때부터는 누굴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조금씩 나를 자유롭게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푸르른 나무와 밝은 햇살,

맑은 하늘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산책이 내 하루를 숨 쉬게 해주는 루틴이 되었다.
매일 5분 햇빛은 어두운 침대 이불속에서의

나를 깨워주었다.


세 번째, 작은 성공 하기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진짜 많이 미워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가 이걸 먹을 자격이 되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남들은 일하고 돈 벌 시간에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같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루는 그 생각들에 눌려 통째로 구겨졌고,

나는 더 작아졌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밥을 먹었으면

“꼭꼭 씹어 잘 먹었네, 체하지 않게 먹은 것도 잘한 거야.”

설거지를 했으면

“뽀득뽀득 열심히 했네, 이 정도면 대단하지.”

스스로를 칭찬했다.


오늘 배달 안 먹고 밥을 차려서 먹었네. 식사 성공했다!라고 스스로 칭찬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오늘은 성공’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나를 칭찬해 주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처음엔 나 스스로고 오글거리고

남들 눈엔 별거 아니었겠지만,

내겐 전부였다.


그렇게 아주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성공’이라고 불렀고,

게 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됐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그렇게 나를 하루하루 붙들었다.

그 버팀이 결국, 나를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퇴직 후 힘들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면,

나는 이 세 가지를 꼭 추천하고 싶다.

나도 그랬다.

매일 울고, 하루를 아무것도 못 한 채 흘려보냈다.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스스로를 계속 미워하며 무너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작은 실천 하나씩을 해봤고,

그게 내 삶을 바꿨다.


그리고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지금 당신이 우는 건, 실패해서가 아니라

좋아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거다.
세상이 내게 등을 돌려도,

내가 나에게만은 등을 돌리지 않으면 된다.
결국 다시 일어나는 건,

굽었던 내 등을 내가 스스로 세울 때다.


당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며,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한 존재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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